골목마다 솔솔…'맛'있어 더 행복한 가을여행

강경록 기자I 2013.10.02 08:11:14

10월 가볼만한 전국 맛있는 골목
한국관광공사 추천

대구 안지랑곱창거리 야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따사로운 햇살 아래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계절, 가을입니다. 수확의 계절답게 전국 방방곡곡 자연이 지극 정성으로 키운 먹을거리가 넘쳐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제철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축제는 물론 시장 골목골목에선 맛있고 향기로운 냄새가 살맛 나게 번져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전국의 ‘맛있는 거리’를 추천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바로 그런 곳들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의 손을 잡고 몸과 마음을 함께 살찌울 수 있는 음식 테마거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쫄깃쫄깃 고향의 맛…대구 안지랑 곱창거리=타지에 사는 대구 젊은이들에게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 있다.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안지랑 곱창거리의 양념 곱창 구이다. 대구 안지랑 시장은 상인 대표의 주도로 상인과 구청의 공동구매를 통해 공동 브랜드인 ‘안지랑 곱창’을 만들었다.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곱창구이는 폐쇄 위기에 처한 안지랑 시장을 곱창거리로 변신하게 했다. 더불어 상인들의 남다른 노력과 화합도 더해졌다. 맛과 가격을 지키기 위해 곱창 공장 두 곳을 정하고, 돼지곱창 공동 구매와 손질법 개발, 위생관리 등에 상인회가 직접 나섰다. 특히 시장 내 편의시설 확충과 호객행위 등을 금지하는 등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지키며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렸다. 덕분에 시들어 가던 골목 상가가 ‘젊음의 거리’로 부활했다. 주변에 볼거리도 풍부하다. 곱창거리 앞에 자리한 대구 시가지 전망대 앞산공원, 옛 생활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달성군의 마비성 벽화마을과 달성 도동서원, 중구의 공구 박물관도 가볼 만한 곳이다. 053-803-6512.

▲‘불고기·회·수육’ 복의 무한 변신…창원 오동동 마산어시장 복요리거리=복 요리로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고 해장도 하는 ‘복요리거리’가 창원에 있다. 복요리 식당 27곳이 모여 있는 오동동 10길 주변 일대가 바로 그곳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복 맑은 탕’을 비롯한 다양한 복요리로 주민과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 어시장은 마산 앞바다의 풍성한 해산물들이 집하장에 모여 각지로 팔려나가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복어도 그중 하나로, 일제강점기엔 주로 일본인들과 일식집에 팔려나갔다. 1945년 무렵 포구와 시장 주변 식당들이 참복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어 끓인 국에 밥을 말아 내기 시작하면서 뱃사람·시장사람들의 한 끼 식사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70년대까지 몇 곳 안 되던 복요리 식당들이 90년대 들어 급속히 늘어나면서, 복요리거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요리도 다양해져 튀김, 불고기, 회, 수육, 껍질 무침 등이 술안주로 인기를 끈다. 복요리를 즐긴 뒤 둘러볼 만한 곳들로 복요리거리 건너편의 마산 어시장과 복요리거리에서 600m쯤 떨어진 창동예술촌이 있다. 봉암수원지에 조성된 산책로와 숲 속에 돌탑 970 여기가 있는 돌탑 군락지도 볼 만하다. 055-225-3691.

남원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와는 다른 ‘동글이’라는 미꾸리가 들어간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하다고 해서 ‘동글이’라고 불리는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은 것이 특징. 남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서 인근 미꾸리 양식장에 공급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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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대신 ‘동글이’ 쏙…남원 추어탕거리=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몸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를 최고로 치고, 이름에도 ‘가을 추(秋)’자를 넣어 추어(鰍魚)라 부른다. 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사골 국물에 두부를 넣는 서울식이나 고추장으로 칼칼하게 끓이는 원주식과 달리 남원 추어탕은 된장과 들깨 불린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특히 남원추어탕에는 미꾸라지와 조금 다른 미꾸리가 주로 들어간다. 미꾸라지보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해서 ‘동글이’라고도 불리는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다. 남원시농업기술센터가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 인근 미꾸리 양식장에 공급한다. 남원 추어탕거리의 식당들은 이곳에서 미꾸리를 받아 추어탕을 끓인다. 지리산 인근의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추어탕 전용 무청도 남원 추어탕을 맛있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입맛에 따라 초피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 것도 남원 추어탕의 특징이다. 주변 볼만한 곳으로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남원항공우주천문대와 덕음산 솔바람길도 놓치지 말자. 063-632-1330.

선광집의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 생선튀김
▲먹어도 먹어도 살 안 찌네…대전 구즉여울묵마을=대전을 대표하는 구즉 도토리묵은 가을철 넘치는 식욕을 충족하는 무공해 웰빙식품이다. 많이 먹을수록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먹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성구 북대전 IC 인근에 자리한 구즉여울묵마을은 묵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채묵 밥을 비롯해 묵무침과 묵전 등 다양한 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채묵 밥은 소박하지만 든든한 식사로 부족함이 없고, 건강식으로 사랑받는 묵무침과 묵전은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식사 후에는 구즉여울묵마을 체험관에 들러 묵 만들기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지난달 개장한 스카이 로드는 대전 식도락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 지질박물관이나 대전 오월드, 뿌리공원 등은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다. 042-270-3973.

▲민물고기의 재발견‥옥천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충북 옥천군 청산면에는 지전사거리를 중심으로 선광집, 청양식당, 금강집, 찐한식당 등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를 내는 집이 여러 곳 있어 음식거리를 이룬다. 음식점마다 비법이 있고 맛도 다르지만, 민물고기를 이용하는 기본 재료는 똑같다. 그중 선광집은 생선국수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생선국수 맛은 국물이 좌우한다. 생선 국물 만드는 것을 ‘사골처럼 곤다’고 할 정도로 시간이 걸리고 정성이 들어가는 슬로푸드다. 도리뱅뱅이는 간단한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우선 프라이팬에 물고기를 일렬로 키를 맞춰 담는다. 키가 맞아야 해바라기 꽃처럼 둥근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기름을 피라미가 잠기도록 붓고 바삭하게 한 번 튀긴 뒤 고추장 양념을 발라 한 번 더 튀긴다. 깻잎이나 마늘, 고추와 함께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피라미가 없는 계절에는 빙어로 도리뱅뱅이를 만들기도 한다. 누치·참마자 등 피라미보다 조금 큰 물고기를 통째로 튀기는 생선튀김도 음식거리의 별미다. 가볼 만한 곳으로는 부소담악과 둔주봉을 추천한다. 043-730-3413.

▲허난설헌의 아버지가 만들었죠‥강릉 초당두부마을= 바다 향 가득한 강릉 초당마을의 순두부는 사연도 맛도 깊다. 이곳 식당들은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제조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부친이 집 앞 샘물로 콩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든 데서 초당 두부가 유래했다고 한다. 초당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순두부집을 하는 식당 등이 20곳 가까이 있다. 등 굽은 할머니들이 가마솥에서 콩물을 끓이는 모습은 강릉의 훈훈한 새벽 풍경이다. 정성이 깃든 이곳 순두부의 맛은 고소하고 질감은 몽글몽글하고 부드럽다. 순두부에 간장 대신 콩나물, 묵은 김치 등을 얹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두부로 배를 채운 뒤에는 허균·허난설헌기념관이나 안목해변의 커피거리, 경포해변 솔숲, 강릉선교장 등을 산책하면 좋다. 033-640-5131.

초당순두부를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 초당 순두부는 국산 콩과 바닷물을 간수로 써서 구수한 향기가 나고, 엉킨 데가 없어 부드럽게 몽글몽글하다. 햅살로 찐 백설기처럼 입에 넣으면 녹듯이 목으로 넘어간다.
대구 안지랑 곱창 골목의 곱창 구이는 연탄로 굽는 것이 제 맛이다. 식당마다 같은 곱창이지만 연탄불에 굽기, 가스 불에 굽기, 화덕에 굽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에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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