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희동기자] 매수차익잔고가 사상 처음 7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일 7조51억원을 기록했던 매수차익잔고는 전일인 6일, 몸집을 더 불려 7조507억원까지 늘어났다.
매수차익잔고는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다. 현물과 선물간의 가격차를 이용, 상대적으로 비싼 선물을 팔면서 동시에 값이 싸진 주식을 사는 일종의 무위험 차익거래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통해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이후 가격차가 좁혀질 경우 반대 포지션을 통해 이익을 취한다. 이는 곧 한 번 쌓인 매수차익잔고는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월 중순경 1530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850선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데는 이 프로그램 매매의 역할이 컸다. 그 당시 매수차익잔고는 4조원대에 불과했다.
4조원대였던 매수차익잔고가 7조원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건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더군다나 내일, 8일은 옵션만기일이다. 매수차익거래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번 기회에 청산을 노려봄직도 하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청산의 요건을 갖추려면 우선 선물이 약세를 보여야 하는데, 선물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매수우위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경색 위기가 주식시장을 엄습하고 있었을 당시 외국인은 주식을 내던지기 앞서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신규매도로 대응한 바 있다.
지금은 다르다. 현물 매도세도 주춤해 졌을 뿐더러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신규매수와 전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지수상승에 베팅한 뒤, 주가가 오르면 다시 이익을 실현하고 다시금 이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선물 외국인이 예전처럼 신규매도로 급선회하지만 않는다면 현 수준의 베이시스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매수차익잔고가 급격히 줄어들 지 않을 것이란 추정을 가능케 한다.
박문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수차익잔고가 사상최고치를 상회한다고 해도 현선물 가격간의 괴리가 축소되지 않으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적인 규모만으로 차익거래의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예상 가능한 첫번째 변수는 내일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이다. 시장이 금리인하를 바라고 있는 시점에 동결 결정이 나온다면 이는 실망 매물의 출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삼성증권은 "시장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동결이 결정될 경우 관련 매물이 흘러나올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지수가 저점대비 300포인트 오른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하락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쯤에서 조정을 받고 가는 게 추가상승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진단은 그래서 유효하다.
매수차익잔고의 일부 청산이 그 계기가 되는 것이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