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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靑 정면돌파 먹힐까

이진우 기자I 2008.05.05 21:29:06

"광우병 걸릴 확률 거의 없어"..對국민 설득 나서겠다
국민건강 놓고 '저울질' 어려워..정공법 효과 미지수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광우병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네티즌들과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찬바람이 쌩쌩 분다. 국정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고 탄핵 서명운동도 번지고 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생긴, 과거 정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태가 심상치 않다.

청와대는 '사필귀정'이라며 정공법을 선택하고 나섰지만, 쇠고기 협상 결과를 지켜내는 것 뿐 아니라 여론을 다독여 되돌려야 하는 숙제까지 안게 된 상황이어서 결과를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탄핵청원 120만명..사방이 敵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에 서명한 네티즌은 5일 오후 1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ID 등이 동원될 수 있음을 들어 '120만명이 아니라 120만건 아니냐'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은 총선 패배 이후 최대의 호재를 만난 셈이 됐다. 민주당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쇠고기 개방 무효화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난처하기 이를데 없다.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왔을 때 한나라당이 '검역 중단에 그치지 말고 수입 중단까지 해야 한다'요구했던 것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뒤통수를 치는 형국이어서 반론을 펴기조차 쉽지 않다.

광우병 위험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문채 '국제 협정을 국내법으로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재협상 불가론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 내부에서 여러가지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 일본.대만 간 쇠고기 수입 협상의 추이를 봐가며 우리측에 불리하거나 빠진 조항이 있을 경우 다시 협상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것은 재협상이 아니라 재논의일 뿐 이라며 애매한 '용어의 줄타기'는 계속 이어갔다.

◆ "진실과 오해 가려서 설명하겠다"..정면돌파 시사

결국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왔다. 5일 오후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광우병 논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무거운 분위기의 토론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꺼내든 카드는 정공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광우병에 대한 진실과 오해의 부분이 드러나면 여론이 살아날 수 있지 않겠는가 한다"면서 "여러가지 토론에도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오해를 풀겠다"고 밝혔다. '언론이 중심을 잘 잡아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광우병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반론 포인트는 두가지다. 우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서 미국인의 97%가 먹고있는 쇠고기를 수입 안하겠다고 하기 어렵다는 불가피성을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 MB정부 스타일 문제..'상처 오래갈 것' 우려도

다만 이같은 계획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주변에서도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전선(戰線)이 친이명박과 반이명박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모양새인데다, 협상의 주체였던 우리쪽의 반론을 국민들이 귀를 기울일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광우병 논쟁이 O냐 X냐를 가리는 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감성적인 주제와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확률이 얼마 안된다'는 반론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무리 감염 확률이 낮더라도, 일본과 중국도 내주지 않았던 부분을 선뜻 양보한 이유가 뭐냐는 근본적인 의문에도 답이 궁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상의 모든 상황과 전략을 모두 공개하고 이걸 받고 이걸 줬다고 딱잘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의 선택에 대한 암묵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처한 이같은 상황의 근본 원인이 국민과 '소통'하기보다 '계도'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어온 이명박 정부의 통치스타일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광우병 문제가 잦아들더라도 여론의 역풍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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