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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청와대 지하자금 담당 국장인데…"

문주용 기자I 2006.07.23 13:21:00

최근 5년간 59건 적발..범행수법도 지능화
청와대, 판별방법도 제시해 눈길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청와대 특명을 받고 역대 대통령들이 감춰둔 지하자금을 양성화시켜 통일자금으로 사용토록 하는 일을 하는 국장이다. 내 존재는 청와대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몇 안 되는 특명을 수행하고 있다. 군사시설 등 인근에 수천억 달러가 매장돼 있어 일부는 이미 찾아냈다. 필요 경비를 지원해주면 대통령 하사금으로 바로 돌려주겠다”

사기등 전과 13범의 40대는 이렇게 청와대 사칭 사기 행각으로 1억7천여만원을 챙겼다가 체포됐다. 백만달러짜리 위조지폐 90여장을 보여주면서 사기극의 완성도를 높였으나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그물망을 벗어나진 못했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실은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청와대를 빙자하거나 사칭한 사건 총 59건을 적발해 131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59건 가운데 청와대 직원 등과의 친인척관계나 친분을 이용한 빙자사건이 5건, 나머지는 친분을 사칭하거나 신분 자체를 사칭한 사건들이다.

참여정부 3년간에도 30건이나 됐다. 참여정부 1년차인 2003년 15건, 3년차인 2005년에 14건등 많이 발생했다.

청와대는 피의자 131명중 53명을 구속하고 68명을 불구속했으며 10명은 수배중이라고 말했다. 적발 건수를 기준으로 한 수치지만 참여정부 들어서도 청와대 사칭 사기가 줄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에게는 청와대가 아직도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피해사례를 몇가지 소개하고 사기 판별방법도 보여줬다.

◇"나, 사정팀 국장인데, 매점 운영권 따 주겠다"

한 피의자(40대, 사기 등 전과 5 범)는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를 데리고 다니면서 “청와대 사정팀 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청와대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방문 기념품인 손목시계 등을 대통령 선물이라고 상대방에게 건네 자신의 신분을 믿게 했다. 그 뒤 금융기관 대출 알선, 공공시설물 내의 매점 운영권 등을 따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8명으로부터 현금 등 총 4억3830만원을 편취했다.

판별방법:청와대는 직책을 사칭하는 경우 `특보`, `비선 보과관`등을 악용하는데, 비선 보좌관이라는 직책은 없고, 특보는 현재 2명만 임명되어 있다고 밝혔다. `국장`, `과장` 등은 직급별 행정관들에 대한 편의상 호칭으로, 행정부처와 같이 특정부서의 책임자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문양이 그려진 시계, 넥타이, 지갑등은 누구나 청와대기념품 가게에서 구입할수 있으며 어떤 명목으로도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사기라며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나, 청와대 지하자금 담당 국장인데, 경비가 필요한데…

기사 머리에 제시된 사례다. 판별방법:청와대는 지하자금을 모금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며 수사권한이 없는 청와대 차원에서 지하자금을 추적하는 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내에서도 나를 아는 사람이 몇 안된다"는 부분은 피해자들에게 공식, 비공식 통로를 통해 청와대에 확인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청와대 사칭 사기범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내가 언론사와 감독기관에 부탁해 주겠다?

한 피의자(40대, 사문서위조 전과 1범)는 모 제조업체에 전화를 걸어 “생산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런저런 체면을 보아 무마시키고 있다. 언론사와 감독기관에 부탁해서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또 업체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에 `정부업무수행, 청와대`라는 아크릴 표지판을 부착한 3500cc급 고급승용차를 타고나가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을 받는 등 4회에 걸쳐 55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


판별방법:청와대는 비서관에게 전용차량이 배정되지 않는다.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이상에게만 전용차량과 운전기사가 배정되며 위와 같이 3500cc급 승용차는 비서실장 등 장관에게만 제공된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에서 사용하는 차량은 청와대를 상징하는 표지를 부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 청와대 경제산업정책비서관인데…

한 피의자 (40대, 무직)는 청와대 상징 문양과 유사한 문양이 그려진 `청와대 경제산업정책비서관 OOO` 명함을 팠다. 또 가짜로 만들어진 대통령 비서실 직원 명단 등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직원 추석선물 비용, 정책자금 대출 로비 비용, 공사하청 청탁을 위한 골프 접대비용“등 명목으로 7회에 걸쳐 1300여만원을 편취했다.

판별방법: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명합은 총무비서관실 통제하에 특정양식으로 만들어지는데, 공식적인 직함외에는 기제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 비서실에는 전체적인 직원 명단이 없고 전화번호부도 보안장치가 있어 외부유출이 어렵다.

청와대는 주위에서 청와대를 거론하면서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청와대 민원전화(02-737-5800)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진위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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