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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전방 경계근무는 시니어에게

김관용 기자I 2024.01.10 06:15: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사)시니어아미 공동대표

현재 우리 군의 가장 문제는 병력자원의 절대적 부족이다. 해외 언론에서까지 병력 부족으로 북한군의 남침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방부가 병역판정 규칙의 변경을 입법 예고했다. 예전에는 현역 입대가 면제되었던 과체중 인원까지 현역으로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보통 키에 몸무게 120㎏이 넘는 인원들도 현역으로 입대하게 된다. 이들이 군사훈련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지만, 이들마저 현역으로 입대시켜야 할 만큼 병력 자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병력 자원의 절대적 부족이 현실이라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제한된 병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필자는 휴전선 경계에 투입된 병력이 과도하며, 가장 젊고 유능한 병력을 휴전선 경계와 같이 지루하고 소모적인 과업에 배치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북한발 위협의 본질이 비대칭적 핵·미사일 위협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휴전선과 해안경계에 10만명이 넘는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사실상 1990년대 이후 휴전선에서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이 없었다. 작전적으로도 대규모 병력 배치의 타당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의 핵심 주장은 병력이 부족한 만큼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휴전선이나 해안 경계를 약화시킬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군사적 문제라기보다 국민정서상 휴전선이 뚫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능하고 젊은 병력들을 지루하고 소모적인 임무에 묶어두는 것 역시 현명하지 않다. 이를 해결할 방안 가운데 하나가 건강한 시니어(Senior)들에게 전방 경계를 맡기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현업에서는 벗어났지만 젊은 세대 못지않게 신체적으로 건강한 시니어들이 넘쳐난다. 베이비붐 세대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매년 거의 100만명씩 태어났다.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주도했고, 이제 대한민국의 시니어로 자리잡고 있다. 2023년 현재 60대 남성만 376만명이며, 50대는 439만명이다.

이들 가운데 얼마나 경계근무에 나서려 할지는 모른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점이다. 심야 감시와 같은 전방 경계에 필요한 역량에서는 훨씬 뛰어날 수 있다. 과학적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적 판단력은 오히려 젊은이를 앞선다. 게다가 예전에 경계 근무를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시니어 세대가 전방 경계근무를 맡게 된다면, 우리 군은 남은 병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루한 경계 임무는 젊은 병사들에게 맞지 않는다. 이들은 더 강하고 도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강력한 전투원으로 양성해야 한다. 18개월 동안 아무도 오지 않는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제대하는 일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일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된다. 작전적으로 이들 병력이 소모적이라면, 더욱 안될 일이다. 전쟁이 있건 없건, 젊은 세대를 많이 보전해야 한다.

시니어 세대가 전방 경계근무나 해안 경계를 대체한다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자원한 분들이라 높은 책임감과 성실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만큼 비용도 적게 들 것이다. 당연히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그만큼 사회적 부담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물론 시범 실시를 통해 실현가능성을 살펴보며 추진해야 할 일이다.

젊은이들도 힘들어하는 전방 경계근무를 시니어에게 맡기자는 주장이 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렇게 건강하고 정신이 맑은 시니어 세대가 탄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세대 간의 역할분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병력 부족에 허덕이는 대한민국이라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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