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97.2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2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3.7원)대비 4원 가량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 마감한다면 종가 기준 2009년 3월 20일 1412.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달러화는 이날도 추가 강세 흐름을 이어 갈 듯 하다. 현지시간 15일 오후 6시께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09포인트 오른 109.75를 나타냈다. 같은 시간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863%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금리도 3.4%대로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를 키웠다.
미 국채가 뛰고 달러화가 줄곧 강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강한 고용시장을 기반으로 미국 소비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예상보다 더 길게 끌고 갈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3000건으로 5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강한 노동시장이 다시 확인됐다. 이는 월가 전망치(22만7000건)을 밑도는 수치다. 실업수당 청구가 적다는 건 그만큼 고용시장이 활발하단 의미로, 높은 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하기 좋은 여건이 된다.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최종 금리를 4% 중반대까지 올릴 것이라는 공포감이 번진 이유다.
‘슈퍼 달러’ 흐름에 아시아권 통화 약세폭도 확대됐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이날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0022위안에 거래돼 2020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7위안을 넘어섰다. 이날 오전 8시께에도 달러위안(CNH) 환율은 전일 대비 0.61% 급등한 7.01위안대에 거래되는 중이다. 중국의 통제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현지시장에서도 달러당 6.99위안으로 7위안대 턱밑까지 도달했다. 일본 엔화 역시 달러당 143엔선에서 상승하면서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같은 아시아권 통화 추락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 자본 유출을 가속화 하며 원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하락 압력을 준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도 강해졌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6% 하락했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3% 내렸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43% 떨어졌다.
국내증시도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흐름이 이어지며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2230억원 순매도 하는 등의 영향에 전일 대비 0.4%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외국인이 1450억원 팔면서 0.2% 내렸다. 이날도 코스피, 코스닥 지수 모두 하락하며 3거래일 연속 내릴 확률이 크다.
환율이 1400원 턱밑까지 온 만큼 외환당국이 전날처럼 직접 개입에 나설 수 있지만, 역내외 롱심리(달러 매수) 과열을 과연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두개입에 실개입까지 들어갔지만 전날 상승폭을 줄였을 뿐 환율의 상승세 자체를 꺾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