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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검사' 박영수 이어…또 다른 '국정농단' 수사검사의 몰락

하상렬 기자I 2022.02.18 08:27:31

''신정아 사건''·성완종 리스트'' 등 수사 이끈 부장검사
차장검사 승진 앞두고…2017년 주식 매매 거래 적발
''특수부서 주식 거래 금지'' 대검 예규 위반해 징계
처분 불복해 소송 나섰지만, 1심서 패소…항소심 예정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때 잘나가던 특별검사에서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 ‘대장동 게이트’에 잇따라 연루되며 명예가 실추된 박영수 전 특검에 이어 검찰 내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검사도 비위에 따른 징계에 불복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누구보다 도덕성이 중시되는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일탈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사진=연합뉴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경지검에서 근무 중인 A 부장검사는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하고, 변호인 선임을 완료했다. 법무부 장관과 서울고검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패소한 데 따른 조치다.

1999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한 A 부장검사는 2007년 ‘신정아 사건’, 2015년 ‘성완종 리스트’, 2016년 ‘국정농단’ 같은 굵직한 수사에 투입되는 등 주요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A 부장검사는 학력을 위조한 당시 동국대 교수 신정아 씨를 재판에 넘겼고,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당시 경남도지사)을,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장시호 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홍준표 의원만 실형을 피했다.

이처럼 능력 있는 검사로 인정받았던 A 부장검사는 승진을 앞둔 지난 2019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차장검사 승진 대신 징계를 받게 되면서다.

법무부는 그해 5월 차장검사 승진자를 대상으로 한 인사 검증을 위해 당시 서울고검에 근무 중이던 A 부장검사에게 공직자 재산 신고 자료를 요구했다. A 부장검사는 자료를 제출하면서 2017년 6월 1억7500만 원을 대출 받아 아내의 주식 계좌에 송금했고, 아내가 이 돈을 포함해 총 1억956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샀다는 등의 내용을 기재했다.

문제는 주식 거래가 이뤄졌던 시점이었다. 2016년 제정된 대검찰청 ‘금융투자상품 거래 금지 및 재산 등록 내역 제출에 관한 지침’에 따라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첨단범죄수사부 등 특별수사 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검사는 금융투자상품 매매가 금지됐다. A 부장검사는 해당 주식 거래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를 이끌고 있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A 부장검사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재산 형성 등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2019년 5월 대검 감찰본부에 관련 자료를 송부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A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즉각 개시했다. A 부장검사는 구체적 정보 취득 없이 아내의 의사만으로 주식 매매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감찰본부는 감찰위원회를 거쳐 2020년 6월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A 부장검사에 대해 견책 징계를 의결했고, 조상철 당시 서울고검장은 그에게 견책 처분을 통지했다.

징계를 납득할 수 없었던 A 부장검사는 소송전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에 견책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장을 접수했다. A 부장검사는 아내가 돈을 입금해 달라는 요청에 입금만 했을 뿐, 해당 주식 거래와 관련해 아내와 어떠한 공모를 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A 부장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 부장검사 부부가 혼인 이후 각자의 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공동의 재원으로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등 경제적 공동체 관계에 있었던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부부 공동 계산으로 주식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A 부장검사는 2019년 이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매번 승진에 실패, 부장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A 부장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대검 감찰 절차로 인해 명예퇴직 자격을 박탈 당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A 부장검사가 소속됐던 특별수사본부의 바통을 이어 지난 2016년 11월 30일부터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했던 박 전 특검은 지난해 7월부터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로부터 포르셰 차량을 공짜로 빌려 탔다는 등의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더해 최근엔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50억 원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이른바 ‘50억 클럽’에도 이름을 올리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개인 일탈로 볼 수 있는 사건이라 법원의 판단으로 충분할 것 같다”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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