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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재계에 따르면 환율이 급속하게 하락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막대한 환차손을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화 표시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하게 만든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등 주요 대기업들은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수천억원의 영업이익 차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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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키웠다.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고, 환보험을 통해 헤지하는 식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환율 하락에는 어느 정도 버티더라도,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이익 타격이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가장 민감한 업종은 자동차다. 지난해 한국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차·쌍용차·한국GM·르노삼성)의 글로벌 판매 792만대 중 해외 판매는 639만대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만 따져도 약 60% 이상이 수출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직접 받는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출 대금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되기 때문에 최근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자동차산업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며 “환율 변동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도 환율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업부문별로 수출-수입 비중이 달라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도 다르지만, 원화 절상 속도와 폭에 따라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반도체를 수출하기도 하지만 소재, 부품, 장비 등을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영향은 복합적”이라면서도 “환율 변동을 주시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업계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철광석과 석탄을 수입해 철강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기 때문에 ‘내추럴 헤지(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로 원자재나 장비 수입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가 된다. 한 철강회사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작은 회사는 환율 하락이 오히려 이익이 된다”면서도 “환율 하락은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 수요처에도 악영향이 있어 상황을 민감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배를 수주할 때 환율을 고정시키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낮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환헤지 비율에 따라 일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했다.
◇항공업계는 환차익 발생해 표정관리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익 증가로 표정 관리를 하는 업종도 있다.
항공업이 대표적이다.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필요한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최근 저유가 상황까지 지속되고 있어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외화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850억원가량 이익이 늘어난다.
정유업계도 환율 하락이 당장은 호재다. 원유를 달러로 구매하는 만큼 환율 하락은 정유사들에게 환차익을 가져다 준다. 정유사 관계자는 “원유 수입 결제기일이 대략 100여일 정도인데, 이 기간 동안 떨어진 환율이 적용되면 환차익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정유사들은 수입과 수출을 함께 하는 구조여서 환율 하락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서로 상쇄된다.
이밖에 설탕, 밀가루 등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는 식품업계와 해외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 오는 유통업계도 환율 하락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