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도 모자라 '감시'까지, 시장 현실 끝내 외면하나

논설 위원I 2020.11.10 06:00:00
잘못된 정책 탓에 매매는 물론 전·월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매물이 자취를 감춘 대란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여당 정치인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감시 일변도의 부동산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국토교통부 산하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거래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시세 조작, 가격 담합 등의 행위는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조오섭 의원은 지난 9월 대통령이 지정하는 주거안정 보호기간 중에는 세입자가 임대료를 두 달간 내지 않더라도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이 당의 박광온 사무총장은 지난 8월 임대차 보장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계약갱신기간도 3년으로 해 임차인이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가 집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4년까지 지낼 수 있도록 한 것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더 강화한 것이다.

세입자 권익 보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전, 월세 값을 잡고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졸속 입법된 임대차3법이 시장에 안긴 충격과 혼란을 지켜 보면서도 이런 법안들을 계속 고집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독선이거나 “우리가 하라는대로 따르기만 하라”는 오만이다. 전세 물건이 말라붙고, 소형 아파트 하나를 놓고 원매자들이 제비뽑기로 들어갈 사람을 가리는 사태까지 벌어진 배경을 안다면 나올 수 없는 법안들이다. 세입자들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 봤을지 의문이다

전, 월세 대란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조차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을 만큼 백약이 무효다. 임대차3법과 같은 반(反)시장 정책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공급을 틀어막은 탓이다. 규제와 감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비판 대상이 된지 오래다. 한국 갤럽의 최근 조사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8%에 달했다. 정치인들이 부동산으로 인한 서민 고통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잘못된 정책을 속히 수정· 보완해 시장 좌판에 물건이 많이 깔리도록 하는 게 먼저다. 규제는 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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