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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BTS 이어 BSJ…'뻐꾸기' 박사장, "봤지? 깜짝 놀랐지?"

이성웅 기자I 2020.09.24 05:30:00

''뻐꾸기 골프'' 유튜브 스타…박노준 포시즌 대표
비거리 130야드 ''백돌이'', 김구라와 ''앙숙 라운딩'' 인기
BTS 이어 국내 인기 동영상 ''3위'' 오르기도
코오롱·삼성서 골프MD하다 골프용품 ODM ''포시즌&ap...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아버지와 함께 간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클럽을 잡은 중학생 소년이 있다. 40년이 흘러 50대가 될 때까지 이 소년의 인생은 줄곧 골프와 함께였다. 그런데 구력 40년 차인 이 남자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130야드(y)에 불과하다. 드라이버에서 까먹은 타수를 우드와 퍼터로 차근차근 메워나가는 영상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초롱이’, ‘박사장’, ‘박대표’, ‘Mr(미스터).130’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는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TV’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박노준 포시즌 대표다. 방송인 김구라와 박 대표가 게스트와 함께 골프를 치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포시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면서 특유의 ‘기도하는 피니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포시즌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그의 골프 인생과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박 대표가 지난 2000년 설립한 포시즌은 골프용품 ODM(제조자개발생산)업체로 골프백만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은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들의 감정이입 대상이 됐지만 불과 8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중들 사이에선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는 “전부터 김구라가 ‘골프 칠 때 서로 싸우는 모습을 가지고 영상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며 “하지만 100타대 아마추어가 골프치는 모습을 누가 보겠나며 제작진들은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피니시, ‘백돌이’ 성적으로 아마추어 골퍼 지지

막상 지난 1월 첫 영상이 공개되자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첫 영상 조회 수는 현재 85만 회가 넘었다. 젝스키스 멤버 장수원이 출연한 것을 기점으로 구독자도 폭발적으로 늘며 불과 8개월 만에 ‘실버버튼(구독자 10만 달성)’을 받고 현재는 구독자 20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50편도 안되는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800만 회를 넘겼다. 지난 8월 14일 공개된 개그맨 김국진 편은 유튜브에서 한국 내 주간 인기 순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2위는 최근 컴백한 BTS(방탄소년단)의 영상이었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우스갯소리로 ‘BTS의 뒤를 이은 BSJ(박사장)’라고 했다.

그는 “지난주에 한 포장마차에서 젊은이들 3팀이 자리로 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며 “영상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고 했다”며 뿌듯해했다.

박 대표는 인기비결을 지극히 평범한 아마추어 골퍼가 김구라의 온갖 구박을 견디면서 90~100타를 유지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영상 속 박 대표는 일명 ‘기도하는 피니시 자세에 결코 잘 칠 수 없을 것 같은 폼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40년차 구력의 소유자다. 심지어 국내 대표 프로골퍼 최경주나 박세리로부터 레슨을 받은 적도 있다. 한때 ‘이븐(72타)’을 칠 정도의 실력자이기 때문에 짧은 비거리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그는 “결국 골프라는 운동이 드라이버든 우드든 퍼터든 자신만의 장기가 하나 있다면 무너지지 않고 평균 점수는 낼 수 있다”며 “드라이버샷이 망가져도 퍼팅에 강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코스를 공략해 ‘보기(Bogye)’는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구라를 만나 스윙 폼이 ‘작살’났다”며 “원래는 85~92타는 쳤는데 나이가 들고 살이 찌다보니 스윙폼도 바뀌고 나보다 실력이 떨어졌던 김구라와 같이 골프장을 다니다 덩달아 실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포시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면서 골프와 연을 맺은 계기와 그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아버지 손에 이끌려 시작한 골프가 평생 직업으로

그의 오랜 골프 인생은 아버지로부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아버지가 골프를 좋아해 중학생 때 함께 연습장을 갔다가 함께 필드도 나갔다”며 “골프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 그린 주변 상황을 많이 경험해 숏게임에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시작한 골프는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박 대표는 골프와 전혀 상관없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1991년 신입으로 들어간 코오롱 상사(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엘로드, 잭니클라우스 등 골프웨어 브랜드 MD를 담당했다. 당시로썬 골프를 경험해 본 젊은 신입사원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1998년 옮긴 삼성물산에서도 골프유통팀 MD직을 수행했다.

그러다 박 대표는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2000년 포시즌을 설립했다. 포시즌은 ‘사계절 내내 일하고 싶다’는 박 대표의 의지가 담긴 사명이다.

대기업에서 MD로 재직했던 경험을 살려 시장조사와 기획, 디자인까지 하다 보니 거래처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흔했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업체가 아닌 ODM으로 정체성을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2008년 미국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데니스’의 판권을 확보해 골프웨어 브랜드 ‘데니스 골프’를 론칭했다. 데니스 골프는 2017년 연매출이 250억원에 달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이 과정에서 최경주와 연예인 골프단 등을 후원하면서 연을 맺었다. 박 대표는 현재도 최경주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전반적인 골프산업 침체와 해외 브랜드들의 공세로 골프웨어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KD건설에 브랜드를 매각했다.

최근 박 대표가 가장 열을 올리는 사업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사장몰’이다.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포시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면서 최근 론칭한 ‘박사장몰’의 대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박 대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사업 대신 온라인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유튜브에 출연하고 콘텐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박사장몰을 선보일 타이밍이 왔다고 느꼈다”며 “토종 브랜드들이 기술력이나 상품성은 정말 세계 최고지만 해외 브랜드에 밀리기 때문에 박사장몰에선 자체 브랜드 ‘BSJ’ 뿐만 아니라 정말 양질의 신선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박사장몰은 지난 18일에 오픈했다. 아직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기발한 디자인을 적용한 점도 있지만 제품성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다. 특히 ‘절대 죽지 않는 공’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한 ‘네버다이볼’이 인기다. 박사장몰의 PB 제품은 전국 신세계백화점에도 판매되고 있다.

박 대표는 “골프는 곧 나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0년간 골프와 함께 하면서 사업도 하고, 방송인 같지 않은 방송인도 되면서 예상치 못한 인기도 얻었다”며 “골프는 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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