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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탐구생활] 文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절실'

김성곤 기자I 2020.08.18 06:00:00

부동산 민심이반 현상에 당청 지지율 폭락
마지노선 40% 붕괴…레임덕 거론 위기상황
노영민 유임, 靑쇄신인사 효과 반감 코미디
‘소통 강조’ 文대통령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대통령 연설 중 가장 중요한 건 집권 5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취임사다. 다음으로 신년사와 광복절 경축사를 꼽을 수 있다.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두 연설문은 취임사 못잖게 중요하다. 신년사는 한 해를 시작할 때 발표되는 일종의 국정운영 설계도다. 정치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 광복절 경축사는 내치보다는 외치가 주목되는 연설문이다. 분단극복과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의 대전환이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중대 제안도 포함된다. 신년사와 광복절 경축사만 정독해도 대통령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파악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초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전제로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억제도 강조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국민들은 신뢰를 보냈다. 민주당의 총선 압승이 단적인 사례다. 다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굳건했던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40%가 붕괴됐다. 정치권 일각에서 레임덕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민주당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 3년 10개월만에 통합당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민심이반의 결정타는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였다.

놀란 청와대도 바빠졌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 5명이 집단사표를 제출했다. 파격 카드였지만 위기해결에는 못미쳤다. 온갖 파열음만 지속됐다.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뭇매를 맞았다. 세간의 인식과는 너무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민심이반의 핵심이었던 노영민 비서실장의 유임으로 청와대 참모진의 집단사표 카드는 코미디가 돼버렸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총선 압승을 발판으로 민생안정과 개혁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여권의 구상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마저 또다시 대유행 조짐이다.

시중 여론은 광풍이다. 모든 대화가 부동산에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난다.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가릴 거 없이 모두 불만이다. 당정청은 국민들의 부동산정책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홍보라인은 완전히 낙제점이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대변하기보다는 수준 이하의 실수를 연발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고는 부동산 난제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광복절 경축사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의지표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부동산’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었다. 남북·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돌출 기념사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묻히는 어이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부동산 정책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서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집값안정’이라는 정부의 공언은 ‘양치기 소년’이 돼버렸다. 이대로 가면 참여정부 시즌2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차기 레이스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사전 시나리오 없는 즉석 대화나 기자회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직 ‘부동산’만을 단일주제로 한 국민과의 대화는 어떨까?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올라오는 보고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민심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명한 지지와 비판을 넘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대한 ‘기대·공포·좌절·두려움·포기·분노·허탈·걱정·하소연·울분·호소’ 그 무엇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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