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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 보험계약 등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됐던 청약철회권이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허용된다. 소비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 판매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한 소송중지제도와 2000만원 이내 소액분쟁사건에 대한 조정이탈금지제도, 분쟁조정 및 소송을 위한 자료열람요구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금소법 제정 과정에서 당초 논의됐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방안들이 빠져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전면적인 입증책임 전환과 분쟁조정의 구속력 부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도의 도입 등이 불발됐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먼저 금소법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입증책임을 금융회사에 지우고 있지만, 이는 현재 자본시장법 등의 내용을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파생결합펀드(DLF) 등 금융공학적으로 복잡다기하게 설계된 고위험의 파생금융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심각한 정보 비대칭성으로 피해 발생 시 금융소비자들이 자력으로 구제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설명의무 위반 이외에도 적합성 원칙과 적정성 원칙 이행에 대한 입증책임을 금융회사에 지워야 할 것이다.
분쟁조정 효과도 여전히 불완전하다. 키코(KIKO)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최근 다수 은행들이 ‘배임죄’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하거나 주저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회사가 조정안 수용을 거부하면 진행됐던 절차가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일정금액 이하의 사건에 대해서라도 조정안을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회사도 수용케 하는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막강한 조직과 자본을 갖고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다수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금융회사에 대해 일반 민사법리에 의해 해결토록 하는 것은 정의의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현재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요건이 엄격해 실효성이 거의 없다. 신용정보보호법 등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두지 않았다. 금소법에 집단소송제도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다중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금융회사들의 법령준수 의지를 견인해야 한다.
끝으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처럼 하나의 감독기관에서 건전성 감독업무와 영업행위 규제업무를 수행할 경우 자칫 후자에 속하는 소비자보호업무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법령개폐권까지 갖는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을, 영국은 건전성규제와 구분해 금융소비자보호업무를 전담하는 금융행위감독원(FCA)을 설치·운영하는 등 각국이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영업행위 규제 등 금융소비자보호업무를 전담할 독립기구로서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당국은 내년 3월 금소법 시행에 앞서 금융소비자의 권익 신장이라는 입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위 규정을 꼼꼼히 준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DLF나 라임사태와 같은 대형금융사고를 사전 차단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새로 구성될 제21대 국회가 감독시스템의 개편과 함께 피해구제제도의 보완 등 금소법을 서둘러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