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또다시 주택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도심 복합개발이 쟁점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서울 도심에 주거·상업·업무·문화시설이 어우러진 초고층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3만 4000가구를 서민과 중산층에 임대 위주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대로 ‘직주근접(職住近接) 개발’이 이뤄지면 주택난과 교통난을 완화하고 도심 공동화도 막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뉴욕 AOL타임워너센터와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같은 외국의 성공 사례도 있는 만큼 검토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관련조례를 개정해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용적률을 대폭 올릴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방안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과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정부가 9·21 대책에서 택지확대 방안으로 제시한 그린벨트 해제 계획에 대해서는 서울 등 관련 지자체가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권해제를 거론하면서까지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자체가 반대하더라도 국토부장관 직권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심복합 개발은 그린벨트 해제의 대안인 셈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결코 만만치 않다. 기존 업무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바꾸려면 리모델링에 따른 관련법규 개정과 비용조달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의 주택공급 계획이 최근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심의에서 탈락한 전례도 없지 않다.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신축 건물에 임대주택을 강요할 수도 없고 공공건물만으론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서울시 단독 추진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박 시장은 여의도와 용산을 통합 개발하는 ‘싱가포르 구상’으로 집값 폭등세에 불을 지른 당사자다. 그린벨트를 지키겠다는 뜻은 좋지만 충분한 검토도 없이 무턱대고 터뜨린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강남 지역의 재건축 층고 제한으로 주택공급 부족을 초래해 놓고 이미 고밀화된 도심은 층고를 더 높이겠다는 자기모순도 해명이 필요하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우리 주택정책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