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삼바 꼴 날라" 현대오일뱅크, 회계 지분법으로 바꿨다

김재은 기자I 2018.08.24 06:30:00

현대쉘베이스오일, 종속회사→계열회사로 변경
현대중공업그룹, 정유화학 중심 그룹으로 변모중
IPO시 현대重지주에 자금 유입..등급상향 `청신호`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현대중공업(009540)그룹의 효자 현대오일뱅크가 상장(IPO)을 앞두고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지분 60%를 가진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회사(연결)에서 계열회사(지분법)로 바꾼 것이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라 눈길을 끈다.

◇ 지분 60% 가진 쉘베이스오일, 종속회사 →계열회사 ‘변경’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앞둔 지난달 10일 기재정정을 붙여 사업보고서를 수정 공시했다. 2012년 다국적 기업 쉘페틀롤리엄컴퍼니리미티드와 합자회사로 설립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회사에서 계열회사로 모두 변경했다. 연결기준으로 적용하던 회계를 지분법 적용으로 바꾼 것. 현대오일뱅크는 2017년 결산 뿐 아니라 2012년 설립 당시부터 소급 적용해사업보고서를 수정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기준 변경을 모두 소급적용해 2012년분부터 바꿨다면 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며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삼바 사태로 인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부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계열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 이사회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현대오일뱅크의 지배력이 단독으로 행사되지 못하는 구조다. 바이오젠과 함께 52%이상 동의가 필요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이사회와 닮은 꼴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분구조는 6대 4이지만, 상장을 앞두고 재검토에 들어가다보니 회계를 변경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며 “이사회는 만장일치 구조로 (현대오일뱅크의) 종속회사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이나 거래소에서 지분은 60%지만 조인트벤처(JV) 형태를 감안해 보수적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이 컸다)”며 “상장을 준비한 회계법인 역시 회계기준을 변경해도 영향이 크지 않으니 보수적으로 가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IPO로 그룹 재무부담 덜어내 AA로 오르나

회계변경이후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특히 계획대로 연내 IPO가 이뤄진다면 그동안 현대중공업 지원 부담에 눌려있던 현대오일뱅크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한기평은 지난 22일 현대중공업그룹 분석 리포트에서 “그룹의 신인도 개선을 위해선 조선해양부문 실적 개선이 중요하나 중단기적으로는 현대오일뱅크의 IPO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조선업 부진에도 현대오일뱅크, 현대코스모, 현대케미칼, 현대쉘베이스 등이 선전하며 지난해 그룹 매출의 54.5%, 영업이익의 94.8%를 정유화학부문이 차지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이 조선해양그룹에서 정유화학그룹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서강민 책임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2015년이후 정유 및 석유화학 업황호조, 사업 다각화로 수익창출력이 매년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IPO 성사시 현대오일뱅크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그룹의 재무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IPO를 통해 구주매출로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267250)에 대규모(2조원이상) 자금이 유입되는 것 자체가 현대오일뱅크 신용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오일뱅크의 재무실적으로는 현재 ‘AA-’ 등급이 아닌 ‘AA’ 등급을 충족한 상태다. 한기평은 EBITDA 대비 조정순차입금 2.5배, 차입금의존도 35%이하 유지를 등급 상향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대오일뱅크의 EBITDA대비 조정순차입금은 2015년 3.0배, 2016년 1.6배, 2017년 1.4배에 그쳤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근 지배구조 개편 역시 오일뱅크 신용도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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