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이다]"아빠 육아휴직, 롯데건설에선 기본이죠"

정다슬 기자I 2018.04.09 06:30:00

일이 사생활 잠식 땐 능률 떨어져
남자도 무조건 최소 한달 육아휴직
첫 한달간 통상임금 100% 지급

△롯데건설은 임직원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자녀돌봄휴직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직원의 행복한 가정이 업무효율성과 로열티를 제고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롯데건설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에서다. 사진은 이민재 사원, 김선일 대리, 김동완 책임, 이영주 대리, 연현석 책임, 이진형 대리.[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어느 날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나도 아이를 처음 가지고 처음 키워보니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지면서 너무 힘들었는데 당신이 옆에 있으니 이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고맙다’고…”

김동완 롯데건설 책임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첫 아이를 출산한 아내와 갓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24시간을 함께 보냈다. 회사생활을 할 때는 아내와 아이가 종일 어떻게 보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직접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고 아내가 아이를 돌볼 동안에는 집안일을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일들이 점차 손에 익고 일상이 되면서 복직한 지금도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할 동안, 김 책임은 아이를 돌보는 분업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롯데건설은 남성에게 육아휴직 제도를 최소 한 달간 의무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출산 경조비 지급과 동시에 육아휴직 대상자로 이름을 올려 반드시 쓰도록 조직적으로 분위기를 독려한다. 임금도 첫 한 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육아휴직 제도는 사무직·현장직 관계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비정규직도 대상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결과 총 57명의 남성 임직원이 지금까지 이 제도를 이용했다. 지난해 11월 육아휴직을 하고 온 김선일 대리는 “신생아를 돌본다는 건 집 밖으로는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아기에게만 맞춰서 사는 것이다”라며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시간이 없었으면 엄청 싸웠을 것”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여성들은 최대 2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초등학교 예비 1학년 자녀를 둔 여성은 육아휴직과 별도로 최대 1년간 자녀입학 돌봄휴직을 할 수도 있다. 아이가 부모의 도움을 가장 원하고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에 부모가 아이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하는데 일이 내 생활을 모두 잠식해버리면 회사 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며 “회사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에 설치된 직장어린이집에서 한 직원이 아이와 함께 선생님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출산 후 9개월간 육아휴직을 한 후 복직한 이영주 대리는 ‘맘스힐링스쿨’(Mom‘s Healing School)을 기억에 남는 제도로 꼽았다. 롯데건설은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성 임직원을 대상으로는 대디스쿨(Daddy School), 복직한 여성 임직원을 대상으로는 맘스힐링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대디스쿨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아빠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알려주는 교육이라면 맘스힐링스쿨은 긴 휴직 후 사회생활로 복귀하는 엄마들을 위한 맞춤형 조언을 해준다. 이 대리는 “자신과 같은 입장에 있는 직장인 엄마들이 모여 얘기를 하다 보니 다들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어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심리 상담도 받고 대화법, 스타일링 등 다양한 조언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현재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9시에 출근한다. 유연근무제 신청 이전에는 7시 30분까지는 회사에 왔어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출근 시간이 1시간 30분 늦춰진 셈이다. 이 대리는 “이전에는 5시 40분에는 일어나 아기 얼굴도 못 보고 나와야 했다”며 “복직 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몸이 너무 아팠는데 유연근무제를 적용한 이후에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생활에도 활력이 솟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롯데건설은 오전 8·9·10시 중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장려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다른 사람들과 출·퇴근 시간이 다른데 제대로 운용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정착해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3442명(중복 포함)이 이 제도를 경험했다. 외주 부문 건축토목팀에서 근무하는 연현석 책임은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우리 팀의 경우 자신이 맡은 일을 개별적으로 해 유연근무제가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자신의 페이스대로 일할 수 있어 운동하거나 학원을 하는 등 자기계발도 하고 업무 효율성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PC 오프제를 추진 중이다.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고 야근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신청을 해 부서장 등이 결제를 올려야 한다. 야근이 상습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롯데건설 인사팀 관계자는 “오래 앉아 있다고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시출근 칼퇴근’ 문화가 정착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수유실을 포함한 여직원 휴게실을 오픈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밖에도 롯데건설은 본사 인근에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모성보호시설(수유실)을 포함한 여직원 휴게실을 새롭게 오픈했다. 아울러 매주 수·금은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전 직원이 모두 정시 퇴근한다. 직원들의 생일, 결혼기념 등에는 대표이사 인사말과 선물을 제공하고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는 콘도 숙박과 여비 등 가족여행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입학 시즌에는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두고 있는 임직원에게, 수험시즌에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두고 있는 임직원에게 선물을 지급한다. 이 대리는 “출산했을 때 기저귀, 분유 등을 받기로 했는데 일하는 엄마로서 어깨가 으쓱해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로열티 제고로 이어진다. 현재 롯데건설의 근속 10년 이상 장기근무자는 1200명을 넘어선다. 회사 관계자는 “10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에게는 5년에 한 번씩 유급휴가와 휴가비, 호텔 상품권 등을 지급하고 있다”며 “성과를 위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동료 의식을 가지고 회사를 성장하기 위해 모두 화합할 때 더욱 멀리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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