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국내 대표 소장파 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파리제13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을 맡은 세금과 재정 정책 전문가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마다 상황이 다 다른 만큼 이론적으로 (적정 복지 지출 수준 등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가 나오긴 어렵다”면서도 “인구 구조나 경제 발전 속도가 다양한 고·중소득 국가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기준으로 삼아 비교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 사회 지출(실업·건강·주거 등 정부의 사회 분야 지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10.4%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평균인 2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정부가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아도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나갈 돈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 5~10년 이내에 OECD 평균과 한국 간 복지 지출 격차의 반절(약 5%포인트) 정도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복지 지출을 GDP의 5%포인트만큼 확대하면 지출액은 지금보다 50%가량 늘어난다.
정 교수는 “OECD 회원국의 물리적 평균이 아니라 고령화나 경제 발전 속도 등 최소한 2가지 정도 기준을 고려해서 본 평균이어야 한다”고 부연하며 “(복지 지출을 GDP의) 정확히 몇 %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대강의 수치가 주어져야 정부가 계획을 짜거나 국제적인 달성 수준 등을 확인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흔히 자원이 인재밖에 없는 나라라고 하는 만큼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대책은 더욱 근본적이고 사회 체계 전반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면 한두 세목이 아닌 보편적인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채무를 늘리기보다 혜택을 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중부담 중복지’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부동산 보유세 등 재산세 증세만으로 복지국가의 초석을 놓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OECD 평균 수준의 복지 국가로 나아가려면 일정 소득 이상 계층의 비과세·감면을 확 줄이는 등 결국에는 소득세와 소비세도 건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