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참패…여당과 구별 안 되는 우익 행보탓

차예지 기자I 2017.10.23 07:35:37

집권여당과의 차별성 부족에 민심 ''싸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 사진=AFP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아베 신조 총리와 맞붙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겸 희망의당 대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집권 여당과 구별되지 않는 공약과 행보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NHK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20분 현재 선거 국면 초반에 돌풍이 거셌던 고이케의 신당 ‘희망의 당’은 49석을 얻어 해산전(57석)보다 8석이나 의석수가 줄어들며 참패했다.

고이케는 중의원 해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희망의 당’ 대표로 전면에 나서서 “일본을 리셋(reset)하겠다”면서 관용적인 개혁 보수로 신당의 정체성을 표방했다. 이후 제1야당 민진당이 희망의 당과 합류하기로 하며 고이케 지사의 인기는 상승했다.

하지만 희망의 당은 합류를 결정한 민진당 출신 입후보 희망자에게 ▲ 외국인 참정권 부여에 반대 ▲ 한정적인 집단적 자위권을 기본적으로 용인 ▲ 헌법 개정 지지 등 8개 항을 제시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고이케는 입당 희망자 일부를 “(코드가 맞지 않으면)배제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고이케의 관련 발언 이후 희망의 당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고이케는 아베 총리보다 더한 극우 성향에 혐한 색채를 보여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환경상을 맡았던 2005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과거에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도쿄도지사 당선 후에는 전임자가 약속했던 도쿄 제2 한국학교 용지 제공 방침을 철회했다.

‘원전 제로’를 빼고는 개헌 찬성, ‘집단적 자위권법’(안보관련법) 용인 외에도 대북 강경책 지지를 포함해 정책 면에서 자민당과 크게 차별화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는 유세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여야 어느 쪽으로의 정체성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21일 밤 지구온난화 대책 관련 회의 참석차 파리로 출국하기에 앞서 오는 25일 귀국할 때까지 당의 다루토코 신지 선거대책사무국장이 대표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이케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민진당 일부 배제’ 발언을 의식한 듯 “내 언행으로 불쾌한 생각을 하게 해 냉엄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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