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수요 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껑충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1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전셋값은 8월 들어 지난 25일까지 0.21%로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올 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0.07%에서 3월 0.18%로 소폭 상승한 뒤 5월 0.34%, 7월 0.46%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거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1만3254건 중 9345건이 전세 거래였다. 전체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중은 70.5%로 2015년 2월(71.3%)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저금리에 따른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 비중은 지난해 3월 61.9%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재차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전세 물량을 시장에서 찾기 힘들어지면서 전셋값도 급등했다. 부동산114 시세 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 364.67에서 8월 현재 372.14으로 2%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 전세가격지수는 321.54에서 321.42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이는 서울지역이 지방에 비해 주택 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8·2 대책으로 서울지역이 고강도 부동산 규제(대출 강화·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표적이 되면서 매매시장 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주저하게 되면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은 지방에 비해 그동안 주택 공급 물량이 적었던데다 올 하반기에는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도 대규모로 발생할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인 9월 이후 전세 수요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전세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에다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하반기 서울 전세시장 불안
올 하반기부터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주 물량이 쏟아지는 서울 강남권은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이달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 또는 관리처분계획이 진행 중인 재건축 단지는 총 1만9802가구로 대부분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쏠려 있다. 지난달부터 이주에 들어간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5930가구)를 비롯해 연내 이사를 앞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등 재건축 단지 주변으로는 벌써부터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6555가구로 지난해(2만5887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철거·멸실되는 가구에 비해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규모 이주가 진행되는 강동구에서는 강일동 고덕리엔파크1단지(전용 84㎡형) 전셋값이 이달 현재 4억8000만원으로 한달 만에 5000만~6000만이나 뛰었다. 인근 고덕동 고덕 아이파크 아파트(전용 84㎡형)도 전셋값이 5억6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한달 새 4000만원 올랐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둔촌주공아파트 뿐만 아니라 재건축을 앞둔 단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주 수요가 쏟아지고 있지만 직장 및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근처에 머무르려는 세입자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가을 이사철까지 겹친 9~10월에는 전셋값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가 추가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을 경우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가 8·2 대책의 표적이 되면서 그동안 전세공급 등 순기능 역할도 했던 갭투자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 앞으로 물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이라며 “정부가 제도 도입을 고려 중인 전월세상한제나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등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불리하고, 대책 직전에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