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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경제의 최근 지표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경기 반등론’ 기대가 높았지만 갈수록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수출·소비 ‘이상징후’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달 비(非)제조업 중 부동산·임대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전월(78)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작성된다.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면 긍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다.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한은은 지난 11~21일 전국 331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번달 부동산·임대업의 수치는 지난해 5월(72) 이후 1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5월 82까지 오른 이후 4개월째 하락세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달 문재인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시장이 얼어붙었고, 낙폭은 유독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99로 16포인트 급락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CSI는 한은이 매월 전국의 2000여가구를 대상으로 경제 인식과 소비 전망을 설문한 것이다. 이 역시 100이 기준값이다.
특히 고소득자 중심으로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는 것은 경기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이번달 월소득 500만원 이상의 주택가격전망 CSI는 95. 지난달 대비 19포인트 폭락했다.
부동산은 이미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사 시공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4월 이후 -4.1%→-2.6%→-1.5%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건설수주도 6월(-0.4%) 갑자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제계는 오는 31일 나오는 7월 산업활동동향의 부동산 관련 수치를 주목하고 있다.
가계의 소비도 반등의 기미가 미미하다. 이번달 향후경기전망 CSI는 104로 전월(109)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여전히 100을 넘고 있다는 점에서 비관은 이르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다만 문제는 그 흐름이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111과 112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109로 8개월 만에 하락하더니, 이번달 다시 떨어졌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경기 기대감이 고조됐다가, 점차 약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경기판단 CSI도 마찬가지다. 이번달 93으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소비 실물지표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4~6월 매달 0.7%→-1.1%→1.1%였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심리가 하락하고 주택투자가 줄어들면 성장률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올해 3% 성장률을 넘을 것으로 봤는데, 요즘 다소 주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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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꺾인건 아니다” 신중론도
기업 쪽도 심상치 않다. 우리 경제를 이끌다시피 하고 있는 수출과 투자의 ‘고공행진’은 여전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5.4%)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이는 반도체 쏠림 때문이다. 지난달 직접회로와 반도체검사장비의 수출물량지수는 각각 18.4%, 30.3% 급등했다. 반도체마저 흔들리면 우리 수출, 나아가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무리는 아니다.
한은이 조사한 이번달 제조업 수출 BSI도 87에 그쳤다. 지난해 12월(86) 이후 최저치다. 특히 반도체가 속한 주력 업종인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수치(97)가 전월 대비 10포인트 급락해 주목된다.
다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올해 초 기대에 경기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성장세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정책당국 인사들도 “경기 회복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3%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은도 2% 후반대를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문정희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달 소비심리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값을 웃돌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올해 하반기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월부터 경기 긍정론이 생겼다가 요즘 주춤하고 있다”면서도 “경기 판단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아직은 견조한 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