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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①공연장 짓고 여행패키지 팔고 톡집사 만들고··· 사업 다각화한 게 통했죠

최은영 기자I 2017.08.08 06:00:10

국내 최초 전자상거래기업 ‘인터파크’ 올해 20주년
‘창업멤버’이자 ‘넘버2’ 이상규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3월 복귀해 재도약 시동··· “벤처 정신으로 실패해도 도전

이상규 사장은 인터파크 대표이사 취임 이후 올해 영업이익 225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실적전망을 공시했다. 작년 영업이익 9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사장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직전년도 대비 60% 급감한 수치로 만만치는 않겠지만 실적 회복에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최은영 유통전문기자]“1996년 인터파크로 시작된 한국 온라인쇼핑의 역사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달 15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팀의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이상규 인터파크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 여러분들 덕분에 인터파크가 2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고객이 만족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날 이 사장은 인터파크 우수고객 1400여 명을 인터파크가 운영하는 극장으로 초청해 뮤지컬 무료 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태신 쇼핑부문 대표, 주세훈 도서부문 대표, 박진영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 겸 블루스퀘어 대표 등 회사의 중역들도 총출동했다. 공연장으로 통하는 계단에는 ‘반갑습니다. 인터파크 고객님’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이날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은 고객을 귀하게 여기고 떠받드는 모습에 감동했다.

이 사장은 인터파크의 창립멤버로, 지난 3월 6년여 만에 인터파크 대표로 복귀했다. 인터파크의 재건을 위한 구원투수로, 일면 예고된 등판이기도 했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에 실적 부진의 내홍을 겪은 인터파크는 창업공신을 다시 불러들여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우리나라 첫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1996년 1월 데이콤의 사내벤처 ‘소사장 제도’로 팀이 결성돼 6월 쇼핑몰을 열었고 이듬해 ‘데이콤인터파크주식회사’로 독립했다. 당시 소사장이 데이콤 시절 같은 팀이었던 이기형 대리, 현 인터파크 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다. 이 사장은 사원으로, 인터파크가 데이콤의 자회사로 독립할 때부터 정확히 20년간 회사를 키우고 전자상거래 산업을 일궜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태동기를 주도한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절이 참으로 많았는데 그 시장이 지난해 6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기존에 없던 하나의 거대한 산업을 일궜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의 유명한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이베이와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어요. 14.4kbps 전화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던 시절, 앞으로는 인터넷이 보편화될 거고 그때가 되면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시대가 올 거다 했는데, 통신은 물론이고 배송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네요. 당시엔 직원들 월급 구하러 다니는 게 일이었어요. 1999년 제대로 된 투자를 받고 나서야 숨통이 좀 트였죠.”

지난날을 회고하던 이 사장은 현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역대 최대인 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출발은 아마존, 이베이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슷했을지 몰라도 산업의 발전 속도는 규모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장 규모는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11번가, 쿠팡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회사들은 매년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 중인 미국계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흑자를 내는 토종 이커머스 기업은 인터파크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소비자 만족도가 크게 개선되지도 못했다. 이 사장은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면 획기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러면서 시장이 발전하는 건데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경쟁(구조)는 포화했으나 다들 똑같이 ‘가격경쟁’에만 매달리니 발전이 없다. 물론 시장 규모에서 오는 차이도 있겠으나 바로 그 점이 미국, 중국 등 IT 선진국과 격차를 벌린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송경쟁’ 역시 무의미하다고 봤다.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고객이 주문한 물건이 하루 이틀이면 대부분 배송되는 상황에 ‘그보다 더 빨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100원에 사서 90원에 파는 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다. 빠른 배송을 하겠다며 거액을 들여 직접 물류센터를 짓는 것도 마찬가지다. ‘묻지마 가격 경쟁, 속도 경쟁’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건데 사업 모델은 정확해야 한다”고 지금의 시장을 진단했다.

여느 온라인몰과 다른 인터파크의 성공 요인으로는 ‘생활문화기업’으로의 진화를 꼽았다. 인터파크는 쇼핑몰로 시작했지만 여느 온라인 쇼핑업체처럼 단순 중개만 하지 않는다. 공연장을 짓고 문화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관리하며 고객의 생활 중심으로 보다 깊숙이 파고들었다.

인터파크는 여행사의 역할도 한다. 항공권을 대규모로 구입해 직접 팔고 여행 패키지 상품도 개발해 선보인다. 2011년에는 삼성으로부터 자재 구매대행(MRO) 기업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해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에서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올 초 부도 처리된 서적도매상 송인서적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인서적은 국내 서적 2위 도매상으로, 부도 당시 출판업계 충격이 컸다. 인수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인터파크는 여행, 공연 산업에 이어 출판업계에서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큰 손’으로 부상한다. 국내 온라인 서점을 시작한 것도 인터파크가 ‘처음’이었다.

이 대표는 “출판계의 요청이 있어 송인서적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면서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판매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네서점과 연계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출판업계와 인터파크가 상생하며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터파크는 이렇듯 가장 먼저, 또 깊게 사업을 확장해왔다. 2015년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에도 도전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정부가 추가 사업자 선정에 나서면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그가 제시한 향후 인터파크의 차별화 포인트는 ‘고객의 삶을 한층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기반 개인 맞춤형 서비스 ‘톡집사’를 활성화하고, 우수고객 제도를 개편해 고객 혜택을 강화했다.

이 사장은 “온라인 쇼핑시장이 포화 상태라고는 해도 지금도 연평균 두 자릿수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20년 전 단순하게는 물리적 공간에 점원도 필요 없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점에 끌려 이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그때도 생각했던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이제 실현되고 있다.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신뢰는 절로 쌓일 거라고 본다. 사람이 모이면 수익은 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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