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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국내 주요 사립대를 졸업한 석모(28)씨는 일찌감치 해외 취업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사학을 전공한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인 탓에 국내에선 취업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국내의 수직적인 기업 문화와 밥 먹듯 야근을 하는 ‘저녁이 없는 삶’에서도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졸업 후 국내 경제단체 아카데미에서 1년간 일본어랑 정보통신(IT)교육을 받은 그는 지난해 5월 일본의 한 IT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프로그램 테스트 업무를 담당하는 서씨는 오전 9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6시 30분이면 ‘칼퇴근’을 한다. 야근을 부추기는 상사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회식도 없다.
서씨는 “간혹 외롭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꿈꿀 수 없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며 “연봉은 국내 대기업 70% 수준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헬조선’ 싫어요”…일자리 찾아 해외로
일자리를 구해 국내를 등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최악 취업난 영향 뿐 아니라 주말 여가조차 쉽사리 보장 받지 못하는 한국적 기업문화에 벗어나기 위해 해외 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청년들은 국내에서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최고 ‘스펙’을 보유하고도 되레 급여수준이 낮은 해외 취업을 선택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층 해외 취업지원 프로그램 ‘K-Move 사업’ 등을 통해 해외에 취업한 청년들은 지난 2013년 1607명에서 지난해 4811명으로 최근 3년 새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국가별로 미국에 취업한 청년들은 97명에서 1031명으로 962% 급증했다. 이어 △싱가포르 453%(116명→642명) △일본 272%(296명→1103명) △중동 257%(116명→415명) △중국 186%(76명→218명) 등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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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내세우는 장점은 무엇보다 ‘여유’다. 석씨의 경우 전체 직원 150명 규모의 중소 기업이지만 교통비 전액과 주거비 50%를 회사가 지원해주는 덕분에 월급(250만원 가량)만으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다.
올해로 3년째 베트남 소재 가방 회사에서 근무 중인 이모(29)씨도 현지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해외 경험 한번 없이 베트남 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한국 기업은 수직적 조직 문화에 야근을 당연시하지만 이곳에서는 주말에 여가를 보내거나 휴가를 쓰는 게 자유롭다”며 “직원을 부품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학력·학점·토익 점수 등 ‘스펙’을 중요시하고 신입사원 나이에 민감한 점도 ‘엑소더스’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취업 전문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의 84.4%는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나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업에 있는 직장인들은 남성의 취업 마지노선 나이를 32.7세, 여성은 28.2세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거듭된 취업 실패로 시기를 놓친 사람들이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이유다.
소프트엔지니어 소사이어티의 정재완 교수는 “일본 기업은 국내에 머물던 37세 취업준비생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사례도 있다”며 “해외 기업은 나이보다 능력이나 인성을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장밋빛 희망’만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취업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매력적인 요소를 갖춘 해외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도피성 취업으로 향수병을 겪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해외 기업이 좋다는 막연한 기대보다 먼저 명확한 청사진을 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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