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어제 내놓은 대우조선해양 회생 방안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쏟아지는 것은 사안의 성격이 그만큼 복잡해서일 게다. 강도 높은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신규 자금 2조 9000억원을 대우조선에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채권단이 출자 전환이나 만기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는 사전회생계획을 발동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당국은 “추가 지원은 없다”고 거듭 공언하다 이제 와서 갑자기 말을 바꾼 이유부터 해명해야 한다. 2015년 10월 4조 20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과 연간 110억~1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껏 3조 8000억원이 지원됐는데도 지난해 수주는 15억 5000만 달러에 머물렀고 인력 감축은 당초 계획의 9%에 그쳤다.
그런데도 대우조선이 파산할 경우 60조원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과 5만여명의 실직이 우려된다고 겁을 주며 불과 1년 반 만에 또다시 천문학적 혈세를 퍼붓겠다고 나섰다. 국민으로선 분통 터질 노릇이다. 이쯤 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이 폭주하고 “정부는 당장 손을 떼고 다음 정부로 넘겨라”라는 주장이 제기될 만도 하다.
물론 당국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수주 잔량 세계 1위인 대우조선을 이대로 좌초시켰다간 중국만 좋은 일 시켜 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조선 경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중후장대산업인 조선을 포기하는 것은 지나친 단견이라는 시각에도 일리는 있다. 회생 비용보다 잔존 가치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거제 지역경제도 살펴야 한다.
정책 당국자의 약속은 무거워야 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 국민이 믿고 따른다. 이번에도 노조의 고통 분담과 무쟁의·무분규 동의서를 받아내겠다지만 작년 말까지 자구계획을 3분의 1밖에 이행하지 않고도 또 손을 내미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당국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대우조선 연착륙 방안을 관철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선을 앞두고 거세지는 정치권 바람부터 차단할 필요가 있다. 부실기업 문제에 정치가 개입하면 뒤죽박죽되기 쉽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