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진보 아이콘' 샌더스‥퇴장하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안승찬 기자I 2016.06.10 05:23:40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 후 "힐러리와 협력하겠다" 밝혀..경선 중단 시사
경선 포기 대신 빈부격차 해소 등 자신의 진보적 의제 민주당에 끌어들일듯
샌더스 만난 오바마 "그의 메시지 끌어안을 때 민주당 더 강해져"

민주당의 경선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끝까지 경선을 완주하겠다던 미국 민주당의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경선을 포기할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샌더스 의원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1시간여 동안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그건 재앙”이라면서 “말할 필요도 없이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물론 샌더스 의원이 공식적으로 경선 포기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는 “(오는 14일 열리는) 워싱턴DC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며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후보에 오른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 여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이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는 해석이 많다.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한 건 그가 캠페인을 접을 준비를 하고 있음을 분명히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클린턴 전 장관과 격차를 뒤집기 어려워진 샌더스 의원의 목표는 이제 경선 완주보다 자신이 제시한 진보적 의제를 민주당의 핵심 의제로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로 바뀌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샌더스 의원에게 민주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하자, 샌더스 의원은 자신이 경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사회보장 확대, 빈부격차 해소, 대학학자금 빚 축소 등의 이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다.

열성적인 추종자를 보유한 샌더스 의원이 이메일 스캔들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대신, 민주당의 공식 의제로 자신이 제시했던 공약을 포함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샌더스 의원은 자신의 진보적 이슈를 민주당의 핵심 의제로 만드는 게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을 위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 자신이 전화를 걸어 “트럼프를 무찌르고, 단순히 1%가 아닌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조만간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샌더스 의원과 공감대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과의 만난 직후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와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에서 “샌더스 의원이 경제 불평등과 과도한 금권정치 등의 이슈에 조명을 비췄고, 젊은이들을 정치적 과정으로 끌어들였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그러한 메시지를 끌어안는 것은 11월 대선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민주당과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