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섹스토이를 판매하다 구매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여성 성기인 ‘클리토리스’를 구글에서 검색했지만 일체되지 않아서다. 구글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한국 접속자에게 강제 적용한 ‘세이프 서치’ 때문이다. 구글은 도움말 페이지에 이 세이프 서치를 사용하면 ‘부적절하거나 음란한 이미지’들을 검색결과에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해놓았다.
특히 성인용품 관련 포스팅은 족족 강제로 ‘비공개화’시키는데 플레져랩 역시 회사를 소개한 기사를 게시한 글도 차단당했으며 나아가 블로그 글쓰기 금지처분까지 받았다.
멀쩡한 인터뷰 기사까지 유해 게시물 취급을 받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간 고객 상담에 유용한 성기나 성행위의 이미지는 구글에서 쉽고 빠르게 얻어왔는데 구글마저 이를 막아놨을 때는 적잖이 놀랐다. 쉽게 사그라들 줄 모르는 ‘성 엄숙주의’를 구글 검색창에서 만날 줄이야. 텅 빈 페이지는 마치 ‘여기에 섹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오기가 생겨 머릿속에 있는 모든 성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창에 올려보았다. 구글은 세이프 서치를 이용하면 100% 정확하게 걸러낼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성인용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검색 결과는 들쭉날쭉했다. 바이브레이터와 딜도가 검색이 안 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섹스도 아니고 ‘색스’마저 검색 결과에 잡히지 않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영국의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마저 검색이 안 된다고 허탈해한 것이 기억이 났다.
검색 엔진들의 필터링 강화는 아마도 소아와 청소년을 유해정보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성과 관련된 단어들을 차단하는 것이 소위 ‘안전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과연 도움이 될까. 성기 일부가 음란한 것이고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는가. 청소년은 차치하고 성인들도 계속해서 섹스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법적 성년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섹스를 잘 안다든가 성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청소년 시기부터 안전하게 즐거움을 누리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기의 구조 및 다양한 성애와 섹스 형태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일 것이다.
청소년 성 문화에 대해 포기하거나 내버려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 그들을 위한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해야 한다. 아직 사회적으로 미숙한 그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이 없도록 보호책을 마련하는 게 ‘성기’를 검색어에서 차단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다.
한 예로 지금도 트위터엔 12살, 13살임을 자처하는 계정이 아직 성숙하지도 않은 몸을 드러낸 사진을 올리고, 며칠 만에 수천 명의 팔로워를 모은다. 그 무리 중 성범죄자가 있을 확률도 높다.
청소년이 피임하는 것을 수치스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행여 성병과 임신을 겪게 되어도 절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치료와 돌봄의 안전망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언제인지 아득한 ‘진짜 어른’의 연령대에 들어선 우리가 섹스에 대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몸과 욕구를 아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기쁨 주머니’인 클리토리스에 대한 정보를 음란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자신의 성기 감각을 알아가고 욕망을 탐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