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계속해서 피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3일 이병기 주일대사, 14일 한일협력위원회 한국대표단과 만나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전달했다.
일본의 구애와는 달리,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양국 간 신뢰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본 지도부가 과거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퇴행적 역사인식을 버리는 용기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색된 한일 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17일 올해는 물론 내년 이후에도 양국 정상 간 만남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주요 변수로는 일본의 과거사 사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로 인한 대외환경 변화, 동북아 역사교과서 편찬 등 우회적 돌파구 등이 제시됐다.
◇“日, 위안부문제 등 역사인식 변화 있어야 가능”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과거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에 있어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를 사과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면 일본의 잘못을 덮어주는 격이 된다”며 “한일 정상회담의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황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에서 구체적이고 성의있는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에 있다”면서도 “명백한 사실이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면서 단기·중기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위한 미국 중재 변수”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 정상회담 중재를 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도 내년 1분기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마무리 짓고 나면 과거사 문제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전망이다.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북아 집단안보를 위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한·미·일 3각축을 위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재에 나설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 미국이 물밑에서 중재하면 2분기 정도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내년 초에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마무리 짓고 나면 일본 내에서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며 “아베 내각이 역사문제에서도 한발 물러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전향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차원 다각적 노력, 우회로 모색 필요”
한일 양국 간 관계가 경색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다각적인 실무 차원의 노력과 함께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 등 우회로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양현 교수는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진 못하겠지만, 실무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양국 정부 간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민간·경제계·정치계 등의 교류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면우 부소장은 “한일 양국 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역사문제에 있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분들(가나다 순) -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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