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요즘 걱정은?..`포스코가 대한통운 인수할까봐`

안재만 기자I 2011.06.23 08:28:13

업계 "대한통운 인수로 해운업 욕심낼까 염려"
해운업계 반발 - 해운업법 등은 변수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해운사 사장단이 선박금융, 해적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지난 17일. 이 자리에서는 "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워크숍을 주최한 한국선주협회측은 "항상 나왔던 얘기"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볼 때 내심 걱정 중인 안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해운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는 대기업이 적잖기 때문.

특히 일각에선 포스코(005490)가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해운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사실무근"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포스코가 `먹여 살리는` 해운사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다들 걱정스러운 눈으로 인수전을 지켜보고 있다.

◇ 워크숍에서 나온 목소리.."대형 화주 막아내자"
 
지난 17일, 18일 열린 선주협회 워크숍

선주협회는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천안 소재 수협중앙회 연수원에서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이 워크숍은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방안, 해운부대비용 절감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가운데 부정기선 해운 동향 및 전망을 논의할 때 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입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일부 대형 화주들이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대형 화주가 준비 없이 해운업에 뛰어들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물류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또 "대형 화주보단 전문 해운선사들의 생산성이 더 효율적임을 입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안건이 주된 논의 사항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언급이야 있었지만 항상 나왔던 얘기"라며 "특정 기업의 움직임 때문에 논의 됐던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언젠간 터질 갈등..대한통운 매각전이 촉매될 듯"

선주협회는 선을 긋고 있지만 실제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는 포스코는 물론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한국전력 등이 모두 해운업 진출을 노리고 있어 언젠가는 터질 문제라는 분석이다.

조만간 갈등의 촉매가 될 사안은 무엇보다 대한통운(000120) 매각전이다. 대한통운은 매출액 중 절대 비중이 육상 운송이지만 해상운송사업권을 갖고 있고 선주협회에도 등록돼 있다.

1만2000톤급 미만 선박 6척을 갖고 있고 벌크선도 운행 중이다. 포스코에 꼭 필요한 장거리 운송의 경우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여하튼 뛰어들 수 있는 구색은 갖추는 셈.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언젠가는 해운업에도 진출하지 않을까 하는 게 업계의 생각"이라며 "만약 포스코에 허용되면 한전, 현대차 등도 `우리도 할래`라며 뛰어들 수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해운업법도 진출에 `걸림돌`

다만 포스코, 한국전력 등 대형 화주들은 법적으로 해운업 진출이 제한돼 있다. 해운업법 24조엔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대량화물의 화주가 해운업 등록을 하려면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철광석, 석탄 등의 화물은 비중이 워낙 커 대형 화주가 해운업에 직접 진출하면 불공정거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됐다.

이 탓에 포스코는 거양해운,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했거나 인수 추진하다가 중도 포기해야 했다. 해운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던 글로비스의 해운업 진출 또한 이 규정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

이와 관련, 포스코는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기에 앞서 "해운업엔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예전에 포스코가 이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어 업계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편 대한통운은 27일 본입찰을 마감한 뒤 다음달초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 포스코와 CJ는 인수전 참여 의지를 밝혔고, 롯데는 막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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