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낭족에 들린 한국 여행 가이드북 보니…

조선일보 기자I 2008.07.22 08:35:19

市, 여행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에 수정 요구
"서울의 특징은 호감주지 않아"
"매력 없는 도시 풍경"
"한국 문화는 해석 불가능"

[조선일보 제공] '부대찌개 혹은 존슨탕은 한국전쟁 이후 가난했던 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독특한 음식으로, 미군기지 주변 암시장에서 구입한 햄과 소시지·콩을 면·야채와 섞는다.'(28쪽)

'한국 문화는 거의 해석 불가능해 보이며, 종종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10쪽)

세계적인 여행가이드북 '론리 플래닛(The Lonely Planet)'의 '서울'편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다. 한국을 처음 찾은 여행자가 이런 정보를 접한다면, 우리 입장에서 썩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가 론리 플래닛 출판사를 상대로 이러한 불합리한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시는 또 잘못된 내용에 대한 분석 작업을 위해 이례적으로 6500만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첫인상 구기는 부정적 내용 많아

론리 플래닛의 한국 관련 여행 가이드북은 나라별 안내서인 '한국'과 도시 안내서 '서울', 그리고 '한국어 회화집' 등 세 가지다. 한국 여행서를 내는 외국 출판사가 많지 않은데, 이 시리즈는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의 '바이블'처럼 인식되고 있다.

'서울은 거친 측면이 있다. 교통혼잡·흉측한 고층건물, 그리고 경제발전을 이뤄낸 서울의 특징들이 그다지 호감을 주지 않는다…'

론리 플래닛 서울판 6쪽에 나온 '서울 소개' 부분의 한 문장이다. 서울시 관광진흥담당관실 김경희씨는 "에너지가 충만한 활기찬 도시를 그리는 것 같지만, 혼잡하고 정신 없는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문화를 소개하는 부분(11쪽)에서는 '한(恨)'에 대해서 무려 25줄에 걸쳐 상세한 설명을 붙여 마치 '국민정서'처럼 묘사했다. 한국 문화의 밝고 긍정적인 면을 간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건축물들을 소개한 곳(26쪽)에는 첫 문장이 "서울이 콘크리트와 유리로 덮인 밋밋한 고층빌딩들로 뒤덮였음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가치 있는 건물이 몇 개 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 역시 '서울이 다른 곳에 비해 볼거리가 없다'는 인상을 안겨주기 쉽다는 지적이다.

도보 관광 안내가 실린 곳(76쪽)의 첫 문장도 부정적 뉘앙스다. '서울을 걷는 것은 전체적으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서두르는 보행자들, 진행을 더디게 하는 수많은 교차로와 콘크리트, 유리, 전력선, 네온사인의 정글처럼 엉킨 매력 없는 도시풍경…'이라는 내용으로 시작돼 본 서울의 첫인상을 구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새로운 명소와 IT 편리성 부각해야"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서울에 사는 영어권 외국인 3명을 참여시켜 두 달 동안 론리 플래닛 서울판 내용을 심층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론리 플래닛 서울판의 문제점으로, ▲삼청동과 강남 등 최근에 각광받는 지역을 충실하게 다루지 않고 ▲세계적인 IT기술 인프라와 편리성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며 ▲무속신앙 등에 대한 지나친 소개로 후진국 이미지를 은연중에 부각시키고 있고 ▲부정적인 느낌의 표현이 심각할 정도로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잘못되거나 부정적인 평가, 업데이트해야 할 정보들을 묶은 보고서를 만들어 오는 8월 호주 론리 플래닛 본사에 수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시 백일헌 관광정책팀장은 "론리 플래닛은 저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고 책을 만드는 것으로 가치를 평가받지만, 잘못되거나 지나치게 부정적인 정보를 놔두는 것은 곤란하다"며, "출판사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론리 플래닛 서울 가이드북 개정판은 내년 6월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는 영국과 호주·미국 등에서 찍는 권위 있는 해외여행안내서 시리즈에 '한국'과 '서울'이 포함되도록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외국어 표기 통일되게 바꿔

서울시는 한국의 관광과 정보를 소개한 영문 인터넷 홈페이지를 점검해 잘못되거나 혼동되는 영어 표현을 바꾸거나 통일시키기로 했다. 현재 외국어로 된 서울 홍보 간행물은 33종이며, 외국인들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도 58개나 된다. 하지만 문법이나 철자가 틀리거나 똑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표기해 혼동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박종수 관광진흥담당관은 "서울시청·문화재·청계천·역사박물관 등 각종 영문 홈페이지에 대한 점검과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까지 잘못된 영어 철자·문법 오류는 물론 콩글리시 표현까지 모두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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