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하루에도 80포인트 이상 가파르게 오르내리는데도 펀드 가입 열풍은 완전히 식지 않고 있다. 주가는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넘은 다음날인 지난달 26일부터 조정 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기간(7월26일~8월9일)에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는 5조3040억원이 추가로 들어왔다. 하루에 평균 482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지난주에는 다소 유입속도가 둔화됐지만 특히 코스피지수가 70포인트 이상 대폭락했던 지난달 27일과 1일에도 주식형 펀드에는 각각 7230억원과 51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들 자금은 말 그대로 향후 상승가능성을 믿고 자신이 신뢰하는 자산운용사에 ‘회심의 투자’를 한 셈.
그럼, 이 주가 조정기에 어떤 펀드, 어느 자산운용사에 돈이 몰렸을까.
◆국내 펀드에 많이 가입했나=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가 조정기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9일까지 가입금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20개 펀드를 조사한 결과,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는 6개(가입금 5730억원 증가)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KTB자산운용에 2363억원, 하나UBS자산운용에 1312억원, 한국투신운용에 1087억원이 몰렸다.
펀드별로는 ‘KTB마켓스타주식A’의 투자금이 가장 많이(1339억원 증가) 늘었고,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2’(1333억원)와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3’(1284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판매 상위 20개 해외 펀드들 중에는 슈로더투신운용에 가장 많은 자금(3266억원·4개 펀드)이 맡겨졌다. 그다음으로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에 3089억원(4개 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2492억원(5개 펀드)이 몰렸다.
해외 펀드들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 펀드는 최근 최고 수익률로 유명해진 ‘봉쥬르차이나주식2A’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슈로더브릭스주식A1’(1329억원)과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A’(1099억원) 순이었다.
◆대형 운용사의 대표펀드가 역시 인기=주식 간접투자자들은 주가 조정기에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거나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를 선호한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펀드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을 하락의 신호로 보기보다 펀드 투자의 기회로 보는 것 같다”며 “그런 만큼 과거 수익률이 높은 공격적인 성향의 펀드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진영 제로인 애널리스트는 “큰 운용사의 대표 펀드를 가입하는 것이 손쉬운 투자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인 시장 상황을 보기보다 본인의 투자 성향과 계획에 따라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매보다는 펀드 투자비중 조절을”=향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미국발(發) 증시 한파로 인해 당분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해외펀드에 과다하게 자금을 집중시켰다면, 추가 하락에 대비해 지역 및 투자대상별로 전략을 다시 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주가 조정기를 현재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다만, 테마 펀드나 선진국형 펀드 등 해외 글로벌 펀드에 과다하게 투자한 경우에는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단기 급락은 1년에 몇 차례씩 증시에 항상 찾아온다는 점에서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동요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오히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해결되면 더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