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개선 넘어 개혁" 긍정 평가

김수헌 기자I 2004.02.22 14:44:38

인적쇄신 "결단"통해 3월 주총 승리 노려
선언보다 실행따라야..시장 이목 집중될듯

[edaily 김수헌기자] SK(주)가 22일 발표한 `국내 최고수준, 글로벌 1류 수준의 지배구조 도입` 선언은 일단 `SK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황두열 SK(003600)(주) 부회장, 김창근 SK(주) 사장 등 임기만료 사내이사 3명 전원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사외이사 비중 70% 확대, 투명경영을 위한 정관개정 등은 지배구조 `개선`을 `개혁`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사 인선 자문단이 소버린측 후보를 배제시킨채 12명의 명단을 넘겼음에도 불구, 최종단계에서 남대우 전 가스공사 사외이사를 중복추천한 것은 SK(주) 이익에 부합되는 인물을 선정하겠다는 뜻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경영관행의 고리를 끊고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아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문제는 선언보다 실행인 만큼, 향후 SK(주)의 행보와 변신에 쏠릴 시장의 관심이 SK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손길승 회장 등 경영진 3인 전격퇴진..왜?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황두열 SK(주) 부회장, 김창근 사장 등 사내이사 3명의 퇴진은 SK 내부에서도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유정준 전무(CFO)는 "세 사람은 SK(주)가 일류 이사회를 만들어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재선임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적쇄신은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SK의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보여주기 위한 어렵고도 신중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SK(주)가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지배구조개선안을 내놓았을 때 시장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사외이사 과반과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정도가 골자였고, 시장반응은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SK의 카드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SK는 `인적쇄신`과 `제도개선`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개선하지 않고는 SK에 대한 시장평가를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중장기적으로 주주와 시장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겠다는 목표와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3월 주총 승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배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버린자산운용 등 해외주주와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보여왔다. SK로서는 이들의 표심을 잡지 않고는 주총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임기가 만료되는 손길승 회장과 김창근 사장의 거취에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손 회장과 김 사장은 일련의 SK 관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거나 재판이 진행중이다. 1심에서는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재선임이 추진된다면 "GE보다 더 좋은 이사회 만들어 나가겠다"는 최 회장의 발언과 정면배치되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손 회장과 김 사장 역시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SK(주)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유공 출신의 황두열 부회장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경영인이기는 하나 원로경영인이라는 측면에서 SK가 과거 경영관행을 탈피, `뉴SK`로 나아가는데 적절치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동반퇴진이라는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근 해외주주들과 잇달아 접촉하면서 "지금이야말로 SK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들을 많이 받아왔다. 이같은 의사가 최태원 회장 등 최고위층에 전달되면서, 사외이사 비중 70%라는 전격적인 결정을 뒤따랐다. 유정준 전무는 "이는 단순히 사외이사를 수를 확대했다는 수준의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SK를 한국에서 최고수준의 기업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최 회장과 SK의 실행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1류 지배구조로 가는 첫걸음..최 회장 의지 강조 SK(주)는 사외이사 비중 확대는 특히 최 회장의 결심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SK는 지난 1월 말 기업설명회 때 사외이사 비중을 올해는 과반수로, 오는 2006년부터 70%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SK는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2006년까지 미룰 것 없이 당장 올해부터 실시해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이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 다른 이사들이 찬성하면서 2년 조기시행을 전격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비중 70%는 일단 국내기업 가운데는 KT&G(77%)와 국민은행(75%)를 제외하고는 최고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애초 50%(7대7)였으나 진대제 사장의 입각으로 6대7로 바뀐 구도를 그대로 가져가는 정도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GE가 65%, GM 85%, 화이자 88% 수준이다. 일단 이같은 SK(주)의 기업지배구조개선안은 SK의 주총승리 가능성을 높여 최태원 회장에게 `기회`를 부여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지난 연말 사내 게시판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 등을 통해 "백의종군할 각오로 SK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달 SK 기업지배구조개선안 발표 때도 직접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에서 SK측이 이기건, 소버린이 승리하건 최 회장은 새 이사진을 이끌고 SK를 변화시킬 의무와 책임, 그리고 내년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에게 다시 평가받을 기회를 가지게 됐다. SK(주)의 지배구조개선안이 주주들의 호응을 얻어 주총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SK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시장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다음 주총에서는 더 거센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외국인 지분이 50%를 훌쩍 넘어선데다, 지난해 말처럼 자사주를 팔아 우호세력를 확보할 방법은 이제는 없다. 근본적인 변화의지를 시장에 보이고 실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SK案 시장호응 예상..적대적M&A 논란은 "외국 對 한국" 구도 유발 부작용 SK는 이번에 5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면서 ▲전문성 ▲이사회에 대한 헌신가능성 ▲경영 마인드 ▲독립성 ▲사회적 지명도 ▲개인 이미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화학, 경제, 회계, 법률 등과 관련한 전문지식 그리고 이사회에 90% 이상 출석가능성, 국내외 기업 CEO직 수행경험, 소신있는 의사결정능력 보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햇다는 것. 사내이사로 추천된 신헌철 SK가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될 경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유공출신으로, 22년동안 석유화학 관련 사업에 관여해왔다. SK텔레콤 수도권 마케팅 본부장과 SK텔링크 대표를 거쳐 2002년부터 SK가스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아오고 있다. SK은 인적쇄신, 사외이사비중 확대 등과 함께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스톡옵션 부여시 주총의결 등 옛날보다 진일보한 정관개정안을 확정함에 따라 상당한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총에서 이같은 안이 먹혀든다면 일단 SK는 한시름을 덜게 된다. 유 전무는 "정상적 주주라면 우리안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주총 표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쨌든 SK(주)의 고민은 다음 정기 주총때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광범위하게 제기하고 있는 적대적 M&A논쟁과 외국자본에 대한 폭격수준의 비판은 SK와 소버린간 분쟁을 "한국인 대 외국인" 구도로 고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무는 "국내 주주건 외국인 주주건 공통된 목표는 회사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누가 좋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지를 놓고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들의 경우 독립성 확보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소버린의 압력이나 어떤 특정주주의 요구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 전무는 "1년전 바로 오늘 최 회장이 검찰에 출두할 때 "다시 기회가 오면 정말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면서 "어떤 주주건 좋은 제안이 있으면 받아들인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SK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미 외국자본에 대한 무차별 비판이 가해지고, 이들의 주주활동이 적대적 M&A로 몰리는 상황은 다음 SK주총과 대(對) 한국 투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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