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우리나라의 8월, 9월 산업활동 동향 지표는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미국 테러만 아니라면 벌써 "경기바닥 확인, 회복 돌입"이라는 코멘트가 쏟아져 나올 판이다.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를 겪고 98년, 99년 경제가 급속하게 회복될 때도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먼저 움직였다. 지금도 우리나라 산업생산은 OECD 국가중 단연 두드러진다.(표 참조)
테러전 지표만 가지고 확인해도 한국의 산업생산은 OECD 평균, G7, EU 등을 월등히 앞선다. 테러 이후에도 생산지표가 플러스를 나타내는 나라는 흔치않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것이 지속성을 가질 것인지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숙제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은 뚜렷하게 둘로 갈린다.
"생산지표는 테러 이전의 것이다. 본격적인 영향은 이제부터다. 미국을 보라. 소비심리가 최악이다. 주가가 반짝 상승하고 있지만 펀더멘털의 뒷받침이 없다."
그 반대 편에는 "한국은 더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 통화정책에 여유가 있고 재정정책도 남아있다. 한국처럼 "small open economy"에서는 정책에 따라 불황을 최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 더구나 내년에는 선거도 있지 않은가"라는 주장이 버티고 있다.
◇OECD 국가의 산업생산 지수(1995년=100 기준 자료=블룸버그)
산업생산 지수(현재) 직전 지수 변화
캐나다 117.8(6/1) 119.0 -1.0
멕시코 138.4(6/1) 137.4 0.7
미국 123.8(8/1) 124.7 -0.7
호주 118.1(6/1) 112.7 4.8
일본 96.6(8/1) 96.3 0.3
한국 156.7(8/1) 149.9 4.5
오스트리아 141.3(7/1) 145.2 -2.7
벨기에 116.8(7/1) 117.0 -0.2
체코 119.6(7/1) 116.8 2.4
핀란드 142.0(8/1) 137.9 3.0
프랑스 118.3(6/1) 118.0 0.3
독일 116.6(7/1) 118.4 -1.5
그리스 116.7(6/1) 116.8 -0.1
헝가리 172.1(7/1) 169.7 1.4
아일랜드 194.7(7/1) 234.1 -16.8
이탈리아 106.6(7/1) 107.4 -0.7
룩셈브루그 126.0(6/1) 122.3 3.0
네덜란드 112.7(6/1) 108.0 4.4
노르웨이 108.4(6/1) 105.8 2.5
폴란드 145.2(8/1) 141.9 2.3
포르투갈 118.7(7/1) 122.6 -3.2
스페인 116.0(7/1) 117.8 -1.5
스웨덴 126.3(6/1) 125.7 0.5
스위스 126.9(3/1) 122.8 3.3
영국 102.5(7/1) 103.1 -0.6
OECD전체 117.7(7/1) 118.6 -0.8
G7 114.2(7/1) 115.1 -0.8
OECD유럽 116.4(7/1) 117.7 -1.1
EU 15 114.9(7/1) 116.4 -1.3
어떤 주장이 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보면 알 일이다. 문제는 지금 채권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국채선물의 저평가만 보고 매수를 하자니, 전날 장막판 가격 회복으로 선물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채권 종목간에 스프레드를 보고 투자를 하자니 어떤 종목도 만만한 것이 없다. 유동성이 좋은 국고3년이나 통안2년 가지고 "샀다, 팔았다" 이른바 "또닥이"를 하자니 좀스럽다.
큰 흐름을 보려고 하면 세계 경제와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한국의 펀더멘털이 맘에 걸린다. 정책적인 변화도 신경이 쓰인다.
시인 김수영은 "풀"에서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라고 읊었다.
미국 경제가 외부 쇼크나 내부적인 문제를 시스템과 탄탄한 기본기로 이겨낸다면 한국 경제는 "풀"같은 근성으로 버텨내곤 했다. 경제 환경이 안팎으로 험난하지만 이번에도 "먼저 누웠다가 먼저 일어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