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지난 7월 말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요동쳤던 지표 금리가 8월 들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크레딧 시장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적인 금리 불확실성은 잦아들었지만 국고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 차이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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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AA- 3년물 회사채 스프레드는 70.7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12일 62.5bp 수준이던 것과 비교해 크게 벌어진 수치다. 비우량채인 BBB- 3년물 스프레드 역시 같은 기간 644.5bp에서 651.2bp로 확대됐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안전자산인 국고채 금리와 개별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의 차이를 뜻한다. 기업은 국가보다 부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를 더 얹어줘야 하는데 이 격차가 바로 스프레드다. 즉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위험도를 높게 평가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뜻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그만큼 팍팍해졌음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량 회사채 시장은 연초부터 SK하이닉스 발(發) 반도체 자금 유입 등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거시적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 쏠림 현상과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고점 대비 이달 13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7.8bp 급락했지만 우량AA- 3년물 금리는 16.5b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안전자산인 국채로 쏠림 현상이 심화 되며 금리가 먼저 가파르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회사채 금리가 그 하락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절대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자 상반기 고금리 매력에 우량채를 대거 담았던 기관 투자가들이 선제적인 차익 실현에 나서며 매물을 쏟아낸 점도 회사채 금리 하락을 방어(스프레드 확대)하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형 호재조차 이 같은 시장의 수급 부담과 구조적 경계감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변수는 오는 27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다. 씨티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p 인상하는 데 이어 10월 추가 인상까지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종금리도 기존 예상보다 높은 3.50~3.75% 구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국고채 금리 하락을 이끌었던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통화당국의 매파적 신호로 꺾일 경우 스프레드 확대 흐름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우량채 시장의 투심 위축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연이어 터진 크레딧 이벤트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와 중앙그룹 등 우량채 끝자락 혹은 비우량 등급 기업들의 잇단 재무 이슈가 시장 전체를 강타했다.
반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는 기업어음(CP)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91일물 CP 금리는 6월 초중순 3.12~3.13% 선에서 8월 13일 기준 3.15%로 슬금슬금 오르며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으나 현재 130bp가량 벌어진 장기 회사채 금리 대비로는 조달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거시 지표는 진정됐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다르다”며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발 재무 이슈를 잇달아 겪으면서 크레딧 자체에 대한 눈높이가 한 단계 높아진 상태라 스프레드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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