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16% 이상 급등하면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 지수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비디아는 주가 상승폭보다 이익 성장세가 보다 빠르면서 여전히 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시점이 점차 늦어지고 있지만 이익 성장세가 워낙 빠르다보니 금리인하여부는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린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8% 오른 3만9068.98를 기록했다. 다우존스는 지난해 2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돌파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도 2.11% 오른 5087.03을 기록하며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96% 상승한 1만6041.62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도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인공은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날 폭발적인 실적을 발표한 후 이날 16.4%나 급등해 주가가 785.38달러를 기록 했다. 사상 최고치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2770억달러(약 368조원)이나 불어났다. 이는 뉴욕증시에서 시총 1일 최대 증가폭이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상상을 초월한다. 4분기 매출은 221억3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는 5.16달러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무려 265%, 769%나 급증했다. 대규모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음에도 불구 월가 예상치(204억달러, 4.59달러)도 훨씬 웃돈 그야말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메인 스트리트 리서치의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제임스 뎀머트는 “엔비디아는 매우 강력한 수익과 매출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며 “265% 매출 성장을 기록한 기업은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호평했다.
특히 서버용 칩인 H100 판매 호조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매출은 409%나 증가한 18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의 절반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 업체에서 발생했다. 이들 기업은 수년 전부터 AI붐에 대비해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점차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던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라 의미가 크다.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인 A100과 H100뿐만 아니라 저사양 AI 칩인 A800과 H800의 중국 수출도 통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일부 타격을 입었다고 밝히긴 했지만, AI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다 보니 중국의 매출 감소를 상쇄했던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H100을 손에 넣기 위한 ‘사재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GYL 파이낸셜 시너지의 최고경영자인 제럴드 골드버그는 “AI칩 80%의 시장점유율과 퍼스트무버의 이점이 결합된 완벽한 긍정적인 폭풍이 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로 AI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 주가상장지수(ETF)도 죄다 올랐다.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는 4.93%, 반에크 반도체 ETF(SMH)도 6.83%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32%, 아마존닷컴은 3.55%, 메타 플랫폼스는 3.87% 급등했다. AI칩 개발 속도를 내며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AMD는 10.69%, 엔비디아 칩을 제조하는 TSMC 역시 2.98% 상승했다. 이외 통신칩을 제조하는 브로드컴은 6.31%, 최첨단 칩 회로를 새기는 장비업체 ASML 역시 4.81% 올랐다.
엔비디아의 협력 업체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무려 32.87%나 급등했다. 이 회사는 AI구동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때 발생하는 열을 낮춰지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AI붐과 함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자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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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표는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증시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0만1000명으로, 직전 주보다 1만2000명 감소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21만6000명을 밑도는 수치로,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준 이사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발언도 나왔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가까워졌다면서 올해 안에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주최 행사에 참석해 “경제가 예상대로 변화한다면 올해 후반에(later this year) 정책 긴축을 완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마지막 회의로, 나와 동료들은 이번 긴축 사이클 동안 정책 금리가 최고점에 달할 가능성이 크며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올해 어느 시점부터 정책 긴축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닥칠 수 있는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 회복력이 현재 예상보다 더 클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둔화가 중단될 수 있다”며 “또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중동 분쟁이 확산하면 원유 등 원자재 시장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요인들이 주춤해질 경우 고용 사정이 다시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국제유가는 계속 오름세…WTI 78.61달러
국채금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보합인 4.323%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30년물 국채금리는 3.4bp 하락한 4.458%를 기록 중이다. 2년물 국채금리는 6.1bp 상승한 4.714%다.
달러 역시 보합수준을 기록 중이다. 주요 6개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거래일 대비 0.06% 하락한 103.94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0센트(0.90%) 오른 배럴당 78.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재고가 증가했다는 데이터가 나왔지만 중동 불안이 여전이 유가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유럽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은 0.82% 올랐고, 영국 FTSE100지수도 0.29% 상승 마감했다. 독일 DAX 지수, 프랑스 CAC 40 지수는 각각 1.47%, 1.27%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