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미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안토니 반 레벤후크가 현미경을, 안경 제작자 한스 리퍼세이가 망원경을 각각 발명했다. 과거 음악과 영화산업 성장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카세트테이프와 DVD도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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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23 디지털 경쟁력 지수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1961년 양국 수교 이후 최초로 이뤄진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공식수행원으로 동행했다. 네덜란드 주요 정부기관 인사들을 만나고 대학, 연구소 등을 방문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디지털 인프라와 저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양국이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분야 동맹을 맺은 것은 큰 성과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지만 소재와 장비는 취약한 면이 있는데, 국내 기업이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ASML의 공동 투자로 국내에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만든다고 해 산학연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유럽 최고 명문이자 세계적인 대학으로 손꼽히는 델프트 공과대학, 첨단 양자기술연구소인 큐텍, 응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대단히 깊은 인상도 받았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는 산업디자인, 생명물리, 의생명공학, 농업 분야 기술력이 독보적이다. 델프트 공대에서 만난 한인 교수들은 네덜란드의 뛰어난 과학기술 역량이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양국 간 협력 확장에 기대감을 보였다.
최근 과학기술·디지털 분야의 세계적인 성과가 국가 간 공동연구를 통해 배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호 간 협력 시너지가 높은 국가들이 만나 공동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과 네덜란드는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압박 속에서도 과학기술과 혁신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나라다. 나아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모범 국가라는 공통의 분모를 바탕으로 그간 지속적인 경제 협력을 넘어, 이제는 과학기술과 디지털 분야에서 한 단계 높은 협력으로 호혜적 발전을 추구할 때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 장관과 한국-네덜란드 간 정보통신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는 양국의 정부, 연구기관, 교육기관, 그리고 기업 간 공통의 관심 분야에 대한 협력 절차를 체계화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아울러 교육문화과학부 장관에게 과학기술협력 협정 체결을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주어 이에 따른 실무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네덜란드 속담에 ‘문을 나서면 여행의 가장 어려운 관문을 지난 셈이다’라는 말이 있다. 양국은 이번 과학기술·디지털 협력을 통해 미래지향적 산업 분야 교류의 물꼬를 텄다. 수교 이후 62년 만에 처음 이뤄진 대통령 국빈방문을 통해 한국과 네덜란드가 인류 공동의 번영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위해 함께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