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도의 명암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세계 교역 성장을 주도하던 중국의 무역이 2022년 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세계 교역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1990년대 이후 전세계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영향 이후 2018년에 이어 2022년에는 중국이 수출과 수입시장 모두에서 점유율 하락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향후 세계 교역에서 중국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개편의 방향은 특정국, 혹은 특정 품목에 대한 지나친 편중을 해소하고 공급망의 단절, 혹은 장애가 자국 산업의 발전에 결정적 장애가 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 중국 점유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도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대만 등의 점유율은 이미 2000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2017년 이후에는 한국의 수입시장 점유율도 10%대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난해 말에는 월간 기준 6.3%까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 가운데 중국의 수입비중이 변화하고 있는 품목은 공급망 관리의 영향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지적해다.
그는 “최근 점유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품목으로는 원유를 제외한 석유제품, 양극활물질(양극재), 화장품 등이 있다. 양극재의 경우는 한국 비중을 최근 일본이 빠르게 대체해가고 있는 모습이며, 석유제품, 화장품 등은 다수 국가간 경쟁으로 점유율 하락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역시 대만의 점유율은 압도적이지만 국내 점유율 하락이 단기적으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공급망 변화가 특정한 국가나 품목을 대상으로 명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후 최근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국제 교역에서의 분절화(fragmentation)의
추이를 감안할 때, 중국 공급망 내에서 점유율을 잃어가는 산업이 여럿 확인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도의 명암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