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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View]인플레와 자산버블은 다르다

논설위원 기자I 2022.07.13 07:51:57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한국경제는 인플레이션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동반하기 쉬운 거품(bubbles) 형성과 붕괴를 두려워해야 하는 국면에 맞닥뜨려 있다. 화폐가치 하락으로 일반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인플레이션과 특정 자산시장에 자금이 몰려들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거품은 원인이나 결과가 사뭇 다르다. 인플레이션은 방만한 통화관리가 주요원인으로 관리통화제도 아래서는 일반물가가 일단 오르면 다시 내리기 어려운 현상이다. 거품은 어떤 자산의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높게 상승하는 현상으로 시차를 두고 소멸하다가 때로는 시장가격이 본질가치 훨씬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은 체제를 약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라고 레닌이 말했듯이 물가불안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는 충격을 준다. 거품은 부의 비정상적 이동을 유발하며 (자산)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빈부격차를 초래한다. 거품이 크게 팽창하다가 급속하게 붕괴되면 금융위기 나아가 경제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1929년 대공황은 주식시장 거품,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주택시장 거품이 급속히 팽창되다가 갑자기 붕괴되면서 경제순환을 마비시킨 재앙이었다. 집을 사고팔지 어렵게 막아온 양도세, 거래세가 한국경제를 갑자기 수렁에 빠지게 할지도 모른다.

거품은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다보면 가격상승효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특정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어 가격이 내재가치를 웃돌며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다. 남들이 짭짤한 성과와 수익을 내는 장면을 목격하다보면 혼자만 대열에서 뒤쳐졌다는 조바심을 내며 허둥지둥하기 쉽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달려드는 소위 ‘영끌’이나 ‘빚투’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증후군의 단면이랄 수 있다. 집단본능(herd instinct)에 빠지기 쉬운 투자자들이 탐욕에 휩싸여 대상자산의 내재가치를 감안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거품현상이 나타난다. 거품이 지나치게 팽창할수록 어느 순간에는 조그만 충격도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부서지기 마련이다. 조무래기들은 욕심 사나우면서 겁도 많듯이 시장심리란 탐욕이 클수록 두려움도 커지기에 거품이 요란하게 팽창할수록 사정없이 붕괴된다. 폭등한 자산일수록 날개 없이 추락하기 마련이므로 뒤늦게 허겁지겁 뛰어들다가 손실은 불어나기 마련이다.

인플레이션과 동반하기 쉬운 거품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왜곡의 결과이므로 시장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선언효과(announcement effect)를 자제해야 한다. 예컨대,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극에 달했는데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이 저평가되었다”는 경제 관료의 엉뚱한 발언이 수차례 보도되어 주가는 뻥튀기를 다시 뻥튀기한 꼴이 되었다. 정치적 동기였는지, 누군가의 압력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게 불로소득을 안기는 대신에 다른 누군가를 절망으로 이끄는 거품의 폐해를 모르고 “주가는 덮어 놓고 오르면 좋다”고 착각한 때문이었을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 보유자산을 꾸준히 보존하여야 화폐가치 타락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거품 붕괴에 따른 손실을 피하려면 거품이 터질 조짐이 있기 전에 과감한 탈출 작전이 필요하다. 예컨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고 가정하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종착역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리다 내려야 하지만, 거품이라고 판단되면 붕괴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전에 서슴없이 내려야 절망을 피해갈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가격이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고, 내릴 때는 더 내릴 것 같기 때문에 욕심을 내며 우물쭈물하다보면 살 기회도 거꾸로 팔 기회도 놓치기 쉽다. “서두르지도 않고 때를 놓치지도 않아야 한다.”는 ‘자산관리의 제1계명’이다. 가계, 기업 정부가 오판하는 까닭은 대부분 인플레이션과 거품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재가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여 인플레이션이지 아니면 거품인지를 구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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