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퉁의 역사를 보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좀 귀하다 싶은 물건은 전부 짝퉁 대상이었습니다. 요즘에는 핸드백, 시계 등이 대상이지만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글씨나 그림, 인삼, 우황청심환이 짝퉁 대상이었습니다.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통 큰 짝퉁 사건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사건이 있겠지만 아르키메데스를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뛰어 나오게 만든 짝퉁 왕관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원전 265년 지금의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던 시라쿠사 왕국의 히에로 왕은 왕위에 오른 다음 신에게 바칠 순금 왕관을 만들기로 합니다.
왕은 세공사를 시켜 마음에 드는 멋진 왕관을 제작하지만 세공사가 왕관에 순금이 아닌 은을 섞어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왕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왕관의 짝퉁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왕의 지시를 받고 고민을 거듭하던 아르키메데스는 기분 전환을 위해 목욕탕에 갔다가 유명한 일화를 만들어냅니다. 자신의 몸이 들어간 만큼 욕조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뭔가 깨달은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알았다)”를 외치면서 벌거벗은 채로 목욕탕을 뛰어 나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알아낸 것은 바로 부력의 원리였습니다. ‘물체를 물속에 넣으면 그 물체 부피의 물 무게만큼 가벼워진다’라는 이론입니다. 아르키메데스는 부력을 이용해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밝혀냈는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먼저 양팔저울의 한쪽에는 왕관을 올리고 다른 한쪽에는 순금 덩어리를 올려서 저울이 평형이 되도록 합니다. 왕관과 순금 덩어리는 같은 무게가 되었습니다.
이 저울을 물속에 넣어 저울이 잠기도록 합니다.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다면 왕관은 순금 덩어리와 형태만 다를 뿐 무게와 부피가 같기 때문에 물의 부력은 동일하고 저울의 평형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왕관에 은이 섞여 있다면 왕관은 순금 덩어리와 무게만 같고 부피가 다르기 때문에 물의 부력이 달라져 저울의 평형은 깨지겠지요. 은은 금에 비해 훨씬 가볍기 때문에 왕관에 은이 섞여 있다면 저울은 왕관이 있는 쪽이 위로 올라가게 되겠죠.
아르키메데스는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실험을 시작합니다. 과연 실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울은 평형을 유지했을까요, 아니면 왕관이 있는 쪽이 위로 올라갔을까요?
실험 결과 저울의 왕관 쪽이 위로 올라갔고 왕관은 소문대로 은이 섞여 있는 짝퉁임이 밝혀집니다. 지금으로부터 2300여년 전 부력의 원리를 이용해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낸 아르키메데스도 대단하지만, 왕이 직접 주문한 왕관을 짝퉁으로 만든 세공사의 배짱을 넘은 무모함도 대단합니다.
|
역사에 남을 만한 이 짝퉁 사건은 의외의 과학적 발견을 던져줬습니다. 바로 부력입니다. 물체를 물속에 넣으면 물체는 중력에 의해 가라앉는 힘과 부력에 의해 떠오르는 힘을 받게 되는데 부력 때문에 물체는 밀어낸 물의 무게만큼 가벼워집니다.
같은 무게의 물체라도 부피가 늘어나면 부력이 커지고 일정 부피 이상이 되면 물에 뜨게 됩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와 상관없이 무거운 철을 이용해서도 가운데가 비어 있는 그릇 형태의 배를 만들면 부피와 부력이 커지기 때문에 물에 뜨게 됩니다. 적재 화물이 많아져도 물에 잠기는 배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부력도 증가하기 때문에 수십만t의 화물도 선적이 가능합니다.
부력의 원리는 물속의 물체가 받는 중력과 물이 밀어내는 부력의 싸움이라고 보면 됩니다. 밀어내기 게임에서 몸무게가 무거우면 유리한 것처럼 중력과 부력의 싸움에서도 무거울수록 유리합니다.
물체가 무거우면 중력이 커지고 물의 밀도가 커지면 부력이 커집니다. 이 때문에 민물에서는 물속에 가라앉던 달걀이 소금물에서는 물에 뜨게 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짝퉁 왕관을 가려내고 배를 만드는 부력의 원리를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즐기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22살의 청년 아르키메데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벌거벗은 채로 거리로 뛰쳐나간 것을 보면 그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운이 좋아 얻은 행운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모든 게 노력의 결과였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