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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nd SRE][Issue]삼천피 시대, 한국 증시 왜 MSCI 선진국 지수 못 들어갈까

이명철 기자I 2021.11.18 06:50:23

부쩍 성장한 韓경제, MSCI 선진국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
홍남기, 해외IR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본격 재추진”
해외시장 원화 개방 리스크 고민, 공매도·지수사용권 변수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이후 처음 대면으로 열린 영국 런던의 한국 경제 설명회(IR).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JP모건·골드만삭스 등 30여 명의 외국인 투자자들 앞에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본격 재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MSCI는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참고하는 대표 지수다. 아직 신흥국(EM)에 머물러있는 한국이 선진국(DM)으로 편입하면 이익은 명확하지만 갈 길은 멀다. 외환시장 개방이라는 표면화된 이슈 외에도 공매도, 지수 사용권 등 풀어가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

달라진 한국 위상…“선진국 편입 가능성 충분”

DM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먼저 관찰대상국에 올라야 하는데 한국은 2014년부터 제외된 상태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진입을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다.

홍 부총리가 DM지수 편입 이슈를 다시 꺼내 든 이유는 한층 성장한 한국 증시와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 때문이다.

(자료: 한국거래소)
정부는 올해 10월 약 13억달러(약 1조 5500억원) 규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대해 역대 최저 수준의 가산금리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가산금리는 발행자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다.

한국 정부의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9월 15일 사상 최저 수준인 17bp(1bp=0.01%)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런던 IR에서 DM지수에 대해 별도 발표를 준비하진 않았는데 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생각을 물어보면서 이야기가 나왔다”며 “정부가 (편입) 입장을 밝힌 만큼 앞으로 관계부처 간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적지 않아…원화시장 개방 신중해야”

DM지수 편입의 대표 현안은 원화 환전성, 즉 외환시장 개방이 꼽힌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으로 분류된 미국, 유로존, 일본 등은 역외 외환시장에서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MSCI가 2014년 한국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한 이유 중 하나다.

증시 업계는 역외 원화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입장은 조금 다르다. 외환시장 개방이 DM지수 편입의 필요충분조건인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정부가 그간 꾸준히 진행한 면담에서 MSCI는 직접 원화시장 개방을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거래가 제한적인 것도 아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선물 시장인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에서 원화는 가장 규모가 큰 상품 중 하나”라며 “런던 등 해외에 원화 시장을 만든다고 해도 수요가 있어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DM지수 편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외환시장을 개방하기엔 리스크가 따른다. 등록 외국인들의 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국내와 달리 사각지대에 놓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거래 동향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특정 투자그룹이 원화를 대거 모아놨다가 일시에 국내에 팔아 원화가치를 폭락시키는 등 환투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자본시장이 성숙하면서 투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리스크를 감당할 확실한 ‘명분’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직 시간 많아…정부 “투자자 의견 수렴 후 협의”

공매도는 또 하나의 관건이다. MSCI는 올해 6월 열린 정례회의 후 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매도 규제를 DM지수 편입 불가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3월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올해 5월 부분적으로 해제했지만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평가를 악화한 요소가 됐다.

정부가 DM지수 편입 추진과 맞춰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경우 국내 증시의 주축으로 떠오른 일명 ‘동학 개미’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민심을 무조건 모른척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자체 개발한 지수 사용권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MSCI가 코스피200지수 등 사용을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200지수 등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파생상품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만약 지수 사용권을 허용하면 국내 증시가 아닌 해외에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 나오게 되고 그만큼 국내 증시 투자자 유입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민간기업인 MSCI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이를 허용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MSCI의 지수 편입 결정 과정을 감안할 때 아직 시간은 많다. 내년 6월 관찰대상국에 오르더라도 편입은 2023년, 실제 적용은 2024년이 돼야 한다. 정부는 MSCI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탑다운’과 함께 해외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협상에 나서는 ‘바텀업’ 방식도 활용하면서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이기환 인하대 금융투자학과 교수는 “MSCI의 선진국 편입 시 긍정적 효과가 분명하고 현재 한국 경제 규모를 봐도 당위성은 충분하다”며 “다만 민간의 영역인 만큼 정부는 계량적 지표나 제도 개선 등의 사항을 충족하는데 중점을 두고 주식시장 투명·건전성 제고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2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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