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다수가 올해 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 내년 계획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본지가 국내 10대 그룹(자산 기준, 금융사 제외)계열사 20곳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0%에 그쳤고, 내년 이후 중장기 사업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답은 무려 80%에 달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다 반(反)기업 법안 등이 경영 환경을 더 나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기업들을 ‘시계 제로’에 빠뜨린 것이다.
이번 조사에는 주목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검토 방향이 ‘긴축’으로 기울었다는 점이다. 응답 기업의 50%가 “긴축 기조를 세웠다”고 답한 반면 “확장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특히 조사 기업 중 4곳(20%)는 자산 매각을 포함한 구조 조정을 추진하거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격 경영’으로 세계 시장을 넓힌 우리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단기 생존에 치중하겠다는 신호가 뚜렷해진 셈이다.
기업들이 내년 전망에 대해 “캄캄하다”고 답하게 만든 요인은 여러 가지다. 코로나도 코로나려니와 미· 중 무역 분쟁과 한·일 관계가 우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변수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업들을 더 긴장시키는 변수는 따로 있다. 국회 통과를 앞둔 기업규제 3법과 정부의 친노동정책 등이 그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제한(3%룰)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가총액 377조원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경영자총협회의 최근 분석 결과만 봐도 기업의 불안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3분기 국내총생산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9월 주요 경제지표가 반등한 것과 관련, 정부는 “경기 회복을 가리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더블 딥(일시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50%를 넘는다는게 해외 석학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조사에 나타난 이상 징후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옥죄기법이 아니라 등을 두드려 주고 밀어줄 활력지원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