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서울 구로을 선거구에서 빅매치가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소장파(少壯派)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이 맞붙는다. 윤 전 실장은 풍부한 국정경험을 기반으로 (노무현 정부 5년, 문재인 정부 2년7개월) 민주당의 오랜 텃세지역인 구로을을 수성(守城)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명분 아래 이른바 ‘자객 공천’으로 3선을 내리 한 서울 양천을을 과감히 떠나온 김 의원은 이를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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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을은 16대 총선 이후 20대까지 모두 민주당이 승라를 거둔 텃밭이다. 2000년대 들어 신도림 지역 재개발에 따른 20~40대 젊은 나이대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진보강세지역으로 변모했다는 분석이다. 20대 총선에서는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 54.13%의 득표율로 강요식 통합당(현 무소속) 후보(31.15%)를 누르고 4선에 성공했다. 박 장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윤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9대 대선에서도 구로을을 포함한 구로구 유권자는 43.59%의 득표율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득표율 21. 31%와 22.22%의 약 두 배다. 민주당 소속 이성 구로구청장은 2010년부터 10년간 구청장을 역임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11~12일 입소스에 의뢰해 서울 구로을 선거구에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4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도가 45.4%였다. 반면 김 후보는 23.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치밀한 전략가 vs 저돌적 개척자
양 후보는 스타일도 다르다. 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과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내는 등 치밀한 전략가로 통한다. 윤 후보는 이데일리에 “저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직접 국정운영을 지켜본 경험은 저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는 일본수출규제전담팀, 남북정상회담 준비 상황실 등을 맡아 주요 과제를 해결한 경험과 능력이 있다”며 “복잡한 일을 풀어낸 경험은 구로의 수많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김 후보는 저돌적인 개척자다. 중진 의원이지만 계파가 없어 소신 발언에 거침이 없고 통합당의 험지로 꼽혔던 서울 양천을에서 본인의 경쟁력으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김 후보는 “신도림 대로와 구로디지털단지만 살짝 모양만 바꿨을 분이지 한 발자국 동네 안으로 들어가면 민주당 집권 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며 “민주당이 집권한 20년간 이 지역의 정치인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가 양천을 지역에서 괜히 3선을 한 것이 아니다”며 “지역의 현안과 주민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을 살려 구로을을 화끈하게 바꿔보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공약, 사통팔달 vs 천지개벽
윤 후보는 구로역 신(新)역사 건립과 △GTX-B노선(신도림 경유) △제2경인선(구로-신도림역 경유) △신안선(구로디지털단지역 경유) 조기 착공을 통한 ‘새로운 사통팔달(四通八達)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2021년 완공되는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과 남구로역 역세권 재개발사업, 구로5동 복합행정타운 사업도 꼼꼼히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구로 천지개벽(天地開闢)’ 공약으로 맞불을 놨다. 구로을 지역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땅에 묻거나 그 위에 상업과 오피스시설 등 문화콤플랙스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건설 비용은 코레일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민자유치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구로을 지역의 재개발과 재건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 후보간 신경전도 날카롭다. 김 후보는 총선 승리로 구로을에 문재인 정권 심판의 이정표를 세운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심판으로 지지가 갈릴 것”이라며 “문 정권을 국민이 심판할 확실한 대상이 대통령의 복심인 윤 후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에 야당 무책임론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이냐와 야당 심판이냐 자체가 논쟁이 되고 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국민께서 야당 심판을 말씀하시는 것은 얼마나 야당이 무책임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