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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레인지로버 벨라..'모든 버튼을 한 곳에' 럭셔리 SUV 미래

남현수 기자I 2018.12.31 08:1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랜드로버는 한국에서 유독 잘 팔리는 프리미엄 SUV 브랜드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SUV 열풍에다 큰 차의 '뽀대(?)'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큰 차 사랑과 딱 맞물렸다. 2016년 1만601대를 팔아 수입차 1만대 클럽에 가입한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SUV만 판매하는 수입차 회사가 판매 1만대를 넘어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랜드로버는 SUV 라인업을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로 정리했다. 레인지로버는 온로드 지향의 럭셔리 SUV다. 디스커버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게 차별화했다. 이번에 시승한 레인지로버 벨라는 랜드로버가 레인지로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방향성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벨라는 레인지로버에서 가장 비싼 모델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충실하다. 아름다움과 소재의 럭셔리, 빼어난 성능 뿐 아니라 신기술을 과감하게 채용했다. 미래 자동차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할까.

벨라의 디자인은 랜드로버 디자인 방향성을 나타낸다. 가느다란 주간주행등은 레인지로버에서 본 것과 동일한 그래픽을 사용했지만 보다 가늘게 해 전면부를 넓어 보이게 한다. 실제 전폭(2041mm)은 2m가 넘는다. 일반적인 주차 구획선이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 신경이 곤두설 정도다. 유려한 루프라인과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스포티함을 더한다. 문을 잠그면 안으로 쏙 들어가는 도어 손잡이가 첨단의 이미지를 더한다. 후면 디자인은 다른 레인지로버 차량과 비슷하다. 대신 위로 치켜 올라간 리어 범퍼는 묵직해 보이는 전면 디자인과 대비를 이룬다.

벨라의 첫 눈길은 우아하게 튀어나오는 도어 손잡이다. 벨라를 처음 접할 경우 당황할 수 있다. 손잡이가 도어 평면에 숨겨져 있어서다. 손잡이 근처를 터치하면 손잡이가 전동식으로 밖으로 나온다. 손잡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손잡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호화로움 그 자체다. 소재의 고급감이 '아 내가 비싼 차를 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듀얼 모니터는 최신 차의 느낌을 가장 잘 드러낸다. 전동식으로 틸팅이 가능한 위쪽 모니터는 일반적인 차량과 같이 인포테이먼트 기능을 담당한다. 아래쪽에 위치한 모니터는 공조장치와 시트, 드라이빙 등과 관련된 조절이 가능하다. 각각의 모니터 크기는 10인치로 답답함은 없다. 처음 접하더라도 단순한 UI덕분에 원하는 기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개의 모니터에 20여개 각종 버튼 기능을 모두 모았다. 통상 럭셔리카를 타면 센터페시아 부근에 20개가 넘는 버튼이 달려 있어 어수선해 보일 때가 많았다. 벨라는 이런 각종 버튼을 2개의 모니터에 모은 셈이다. 잔고장을 각오하고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고 칭찬해 줄 부분이다.

하단부에 위치한 세 개의 다이얼은 각각의 모드에서 그 기능을 달리한다. 궂이 설명서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공조장치를 조작할 때는 온도와 풍량을 조절하고 드라이빙 모드를 설정할 땐 터레인 리스폰스로 바뀐다. 다만 아래쪽에 위치한 모니터는 운전 중에 사용하기에 썩 좋은 위치는 아니다. 벨라의 적극적인 2개의 모니터에 UI 집결은 미래 자동차 추세를 보여주는 나침반인 셈이다. 테슬라가 아이패드 만한 모니터에 모든 기능을 다 모은 것처럼 말이다.

질 좋은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휠 뒤로는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잡는다. 엔진회전수나 현재 속도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모양부터 내비게이션으로 디스플레이를 가득 채우는 방법까지 가능하다.

실내는 온통 가죽으로 감싸져 있다. 질 좋고 부드러운 질감은 운전자의 만족도를 한층 높인다. 또한 메르디안 스피커와 대시보드에는 영국을 상징하는 '유니언잭'이 작게 새겨져 있다. 영국다운 유머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디테일이다.

벨라의 휠베이스는 2874mm으로 포드 익스플로러나 혼다 파일럿 등과 같은 대형 SUV에 버금가지만 2열 공간은 생각보다 좁다. 무릎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당황스럽다.

벨라에는 2.0L 직렬4기통 디젤, 3.0L V6 트윈터보 디젤 그리고 3.0L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 등 세 가지 파워트레인이 달린다. 각각의 엔진은 ZF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발휘하는 3.0L V6 슈퍼차저 가솔린 모델이다. 공차중량 2070kg의 무거운 차체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5.7초만에 끝낸다. 시동을 걸면 들려오는 우렁찬 엔진음과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나는 슈퍼차저의 기계음은 운전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실내 정숙성도 수준급이다. 대신 재규어 처음부터 시작했던 스포츠카다운 우렁찬 배기음이 귀뿐 아니라 심장을 두근 거리게 만든다. 이런 소리가 시끄럽다면 벨라를 탈 수준이 안 된다고 할까.

벨라의 진가는 온로드에서 발휘된다. 에어서스펜션은 터레인 리스폰스를 바꿀 때마다 위아래로 차체를 움직인다. 그 높낮이 차이가 상당하다. 차고를 한껏 올리면 수심 65cm에 이르는 개울도 건널 수 있다. 에어서스펜션은 스포티한 주행 성능에도 한 몫 한다. 차체의 꿀렁임을 억제하고 노면에 따라 기민한 반응을 보인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를 낮게 유지해준다. 덩치 큰 SUV지만 스포티한 드라이빙이 가능한 이유다. 380마력의 엔진은 고속 영역에서도 지치지 않고 차를 몰아붙인다. 그렇다고 부드러움을 놓친 것은 아니다. 가속페달에 힘을 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나아간다. 승용차에 버금가는 온로드 주행 느낌이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7.8km/L로 나쁘지 않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을 하면 10km/L 이상 나온다.

벨라는 곳곳에서 미래 기술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마땅히 신기술을 개발하고 경쟁 브랜드보다 한 발 앞서 적용하는 게 기본이다. 센터페시아 버튼을 무리할 만큼 모두 없애고 각종 첨단 기술을 적용한 벨라는 프리미엄 SUV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물론 신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각종 품질 문제는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최근 랜드로버는 각종 결함에 휩싸이고 있다. 크고 작은 결함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 이에 대해 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몇 년 사이 생각보다 판매량이 급증해 현재 서비스센터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며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화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올해 7곳의 서비스센터를 늘렸다. 품질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벨라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프리미엄 럭셔리 SUV라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시승차는 R-DYNAMIC SE트림으로 1억1050만원부터 시작한다. 헤드업디스플레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서라운드 카메라 등 편의장비를 달려면 약 1000만원 비싼 1억1140만원부터 시작하는 HSE 트림을 선택해야한다. 그럴 경우 1억3170만원부터 시작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럼에도 벨라의 독보적인 디자인은 이 차를 살 충분한 이유를 만든다. 레인지로버는 애초 가성비가 통하지 않는 브랜드다. 넓고 실용적이면서 가성비를 갖춘 SUV는 레인지로버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첨단 기술과 아름다움의 댓가는 비싼 법이다.

한줄평

장점 : 독보적인 디자인, SUV지만 탄탄한 주행성능. 스포츠카같은 배기음

단점 :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좀 더 간편하게 개선해야 할 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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