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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의 블토경]기술적 분석이라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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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18.11.27 0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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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지난주 한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이 주관하는 밋업에 참석했다. 해당 업체의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까지 모두 끝난 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뒤풀이에 갔다.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찮게 옆 테이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기술적 분석에 관한 내용이었다. 세상 모든 금융자산은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좇으며 이는 비트코인도 예외가 아니고, 현재 비트코인은 상승 1파에 이은 하락 2파이기에 곧 상승 3파가 온다는 이야기가 계속 오가고 있었다. 과연 기술적 분석은 유효하고 기술적 분석을 하면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단호하게 ‘아니오’다. 기술적 분석은 자본시장 혹은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격의 변동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며, 그 기술적 분석을 그대로 수행한다고 해도 이익을 올린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경제학의 여러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금융시장에서 거래 메커니즘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시장미시구조 이론(Market Microstructure Theory) 측면에서 살펴보자. 시장미시구조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격은 기술적 분석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기술적 지표들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가격은 전적으로 정보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 정보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기 이전에 사전적으로 아는 장래 가격과 그 변동성이다. 이러한 정보를 아는 시장 참여자는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Informed Trader)’ 가 되어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가격과 그 가격의 변동성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한 시장 참여자는 ‘소음 거래자(Noise Trader)’ 가 되어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즉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는 가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에 이를 그들의 주문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주문과 가격은 그 자체로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소음 거래자는 가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하지만, 그들의 주문 가격과 주문량은 다시 그 자체로 그들의 정보를 시장이 드러내고, 소음 거래자의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의 가격과 주문량을 통해 드러나는 정보를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즉 시장에서 가격은 기술적 분석에서 사용하는 지표들에 의해서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가진 시장 참여자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저 기술적 분석 지표들이 정보를 가진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마땅히 소음 거래자들도 알 수 있는 사항이 되고, 이 경우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와 소음 거래자의 차이는 무의미해진다, 그렇다면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와 소음 거래자 모두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시장미시구조 이론 측면에서 기술적 분석을 통한 투자는 틀렸다.

사실 시장미시구조 이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밀그롬과 스토키(Milgrom and Stokey, “Information, trade, and common knowledge, 1982, JET)를 이용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기술적 분석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하이에크(Hayek,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 1945, AER)는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가격은 그 자체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갖는 가치에 대한 정보가 그 가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장 참여자는 결정된 가격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하이에크의 연구에 더해 밀그롬과 스토키는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사전 경험 혹은 지식, 서로 다른 기대, 서로 다른 위험회피 성향 등을 보유하기에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고 서로 다른 거래 위치 - 판매 혹은 구매 - 를 결정하기 때문이며 만약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사전 경험 혹은 지식, 기대,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다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같은 가격을 책정하고 같은 거래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거래가 발생하지 않음을 무거래 정리(No Trade Theorem)를 통해 밝혔다.

이를 기술적 분석에 적용해보자. 만약 기술적 분석을 주장하는 사람들 말처럼 시장에서 가격이 각종 기술적 분석 지표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이는 곧 기술적 분석 지표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편 지식(common knowledge)으로 수용됨을 의미하는데, 이 사실은 다시 기술적 분석 지표가 실질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모든 시장 참여자가 보편 지식으로 수용한다는 사실은 곧 이 보편 지식으로 인해 시장에서 이익을 올리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시장 참여자가 알고 있기에 기술적 분석 지표만으로는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백보 양보해서 기술적 분석으로 시장에서 이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보자. 그 경우에도 하이에크가 말한 것처럼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그 자체로 시장 참여자들의 정보를 드러내기에 곧 정보가 노출되며, 이 사실을 파악한 다른 시장 참여자들 역시 기술적 분석을 수용한다. 그렇게 되면 기술적 분석을 통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곧 기술적 분석이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금융공학에서는 모든 금융자산의 가격은 과거 역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 상태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배운다. 굳이 이동 평균선 같은 역사적 정보를 사용해서 가격 트렌드를 분석하지 않아도 현재 가격에 과거의 역사적 정보가 반영되어 있으며 이 현재 가격만이 미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산가격결정 모형에서는 자산 가격이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을 따른다고 가정한다. 이 브라운 운동은 하나의 확률과정으로 과거의 역사적 경로는 미래 움직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미래 움직임은 오로지 현재 상태에만 의존한다. 그렇기에 자본시장에서 자산의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데 기술적 분석은 쓸모가 없다.

간단한 일화 하나.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버튼 말키엘(Burton Malkiel)은 수업시간에 학생들로 하여금 동전을 무작위로 던지게 하고 그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상승, 뒷면이 나오면 하강으로 하여 차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차트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 그래프와 함께 기술적 분석을 하는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기술적 분석가는 저 두 차트를 보고 다우존스 산업평균 그래프는 당장 팔아야 하는 자산인 반면 동전 던지기 결과 그래프는 당장 매수해야 하는 주식이라고 말했다. 사실 동전 던지기 결과 그래프는 상술한 브라운 운동의 전형적 예다. 이 일화는 기술적 분석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현재 가격은 현재 시장 참여자들의 금융 자산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즉 미래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 가격이며, 이 현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로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동일한 금융 자산에 대한 서로 다른 기대다. 물론 기술적 분석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시장 참여자들이 소음 투자자에 불과하다면 결국 가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그렇다면 애널리스트 혹은 펀드 매니저의 존재 여부 혹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펀드 등은 어떻게 가능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애널리스트 혹은 펀드 매니저는 개별 금융 자산의 미래 가격 움직임을 예측하는 시장 참여자가 아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그들이 획득한 정보를 분석하여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며 펀드 매니저 역시 지속적으로 시장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들은 기술적 분석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그들이 획득한 공적, 사적 정보를 이용하여 분석하고 거시경제 변수를 고려하여 보고서를 제출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투자하는 자산을 결정한다. 즉 기술적 분석은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완벽하게 쓸모가 없는 방법이다.

정보를 가지지 못한 개인 투자자는 소음 투자자이자 유동성 투자자로서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 개인투자자 중 일부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기술적 분석 역시 시장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분석하는 차트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여러 복잡한 요인이 관련되어 결정된 가격의 집합에 불과한 그래프를 사후적으로 이런저런 근거로 분석하는 것은 끼워 맞추기에 불과하다. 기술적 분석은 쓸모없는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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