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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컵요? 설거지할 사람이 없어요"…일회용컵 사용금지 '유명무실'

김보영 기자I 2018.06.11 06:29:49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텀블러 할인, 현장선 무용지물
가맹점별 협약 이행 제각각…소비자 불편 호소도 한몫
공간 부족·비용 부담…"현실적 여건 개선 이뤄져야"
환경부·시민단체, 6월 중순 본격 현장 점검 실시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A커피전문점 매장 내 쓰레기 수거함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쌓여 있다. (사진=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주문 전 모든 고객분들께 매장 내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일회용 컵 사용을 고집하는 분들이 많아 난감합니다. 고객의 편의를 우선으로 살펴야 하는 서비스업 특성상 머그컵 사용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서울 A커피전문점 부점장으로 근무 중인 권진석(가명)씨

환경부가 프랜차이즈 커피·패스트푸드 전문 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일회용컵 사용을 감축하기 위한 친환경 캠페인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메아리가 없다.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16개 커피전문업체 및 5개 패스트푸드전문업체,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일회용품 사용 가소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달 1일부터 업체들은 △매장 내 머그컵 등 다회용컵 우선 제공 △다회용컵 우선 이용 고객 대상 인센티브 제공 등 친환경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협약 이행 담보를 위해 업체들의 이행 실태를 각 매장별로 정기·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 “손님이 싫어해서요”…일회용컵 사용 여전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협약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 A커피전문점. 매장 내부에서는 텀블러나 머그컵 등 다회용컵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는 손님은 없었다. 심지어 음료를 주문하기 전 다회용 컵 사용 여부를 묻는 직원들도 없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B커피전문점에서는 머그컵 사용을 요구했지만 “아이스컵이 부족해 일회용 컵에 드릴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객들은 같은 브랜드여도 매장에 따라 다회용컵 사용에 따른 할인율이 다르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회사원 장진서(가명·25·여)씨는 “지난 1일 서초구의 C커피전문점 매장에 텀블러 할인을 요구했을 때 상향된 할인가(200원)를 적용해주기에 다른 지역 매장 갔을 때도 똑같이 적용해주는줄 알았는데 회사에 관련 공지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100원만 깎아줬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불편 호소, 본사에서 직접 관리가 어려운 가맹점 중심의 프랜차이즈 운영 방식 등을 꼽았다.

서울 D 커피전문점에서 매니저로 근무 중인 서희성(가명·여)씨는 “외부에 들고 나갈 때 다시 일회용 컵으로 바꾸기 힘들어 불편하다고 머그컵 사용을 권유해도 거부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E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송지영(가명·여)씨는 “경품 이벤트까지 열어 다회용컵 사용을 적극 독려하는데도 시민들이 무관심한 편”이라며 “200원, 300원 할인을 받으려고 무거운 텀블러를 휴대하고 다니느니 일회용 컵을 쓰겠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인력과 공간, 비용 부담 등 현실적 여건도 문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가맹점주 강정석(가명)씨는 “다회용컵 추가 구매, 컵 분실 및 파손 따른비용은 오롯이 가맹점주 몫”이라며 “협약은 본사가 맺고 비용은 가맹점이 부담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그는 “머그컵 사용이 늘어나면 테이블 수가 많고 면적이 넓은 매장은 설거지할 사람을 새로 뽑아야 할 판”이라며 “비용부담을 모두 가맹점주에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부점장으로 일하는 김형식(가명)씨는 “머그컵을 보관할 장소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좌석 100개인 커피전문점이 음료 사이즈별 머그컵 수요를 맞추려면 최소 머그컵 300개를 구비해야 하는데 이를 보관해둘 곳이 마땅치 않다”며 “머그컵 뿐 아니라 머그컵 전용 식기세척기도 구매해야 하고 식기세척기 설치 장소도 마련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스타벅스 매장에 부착된 실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캠페인 포스터. (사진=김보영 기자)
◇현행 일회용컵 보증금제 보완해 소비자 유인해야

전문가들은 지금의 유인책만으로 소비자 인식을 쉽게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 홍보를 통해 일회용컵 사용에 따른 환경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원래부터 운영되던 할인제도에 할인 혜택을 조금 올린다고 텀블러·머그컵 이용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며 “미반환보증금 발생, 한정된 보증금 수혜 창구 등 현행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텀블러 할인 제도와 함께 운영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1994년도에 만들어진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면적이 33㎡가 넘는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불법이고 과태료(300만원) 부과 대상인데 그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것 뿐”이라며 “협약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업체들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행 초반이라 지금은 계도기간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달 중순부터 자원순환사회연대와 본격적인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해 현실적인 애로사항 등을 함께 협의해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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