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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블랙텐트' 이해성 "탄핵 끝이 아니다" 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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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17.03.11 06:00:00

10일 탄핵 심판을 기다린 광화문 광장극장 블랙텐트 지킴이
자발적 블랙텐트 역사적 한 페이지 상징적 공간
12월 7일부터는 캠핑촌 연극인 텐트 방장 자처
"탄핵 되더라도 이후 쉽지 않을 것"

10일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공공극장인 광화문 광장극장 블랙텐트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해성 광장극장 블랙텐트 극장장이 탄핵심판 선고일 이틀 전인 8일 블랙텐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자생적 문화생태계 블랙텐트는 역사 한 페이지의 상징적 공간”이라며 “탄핵이 된다고 해서 다 끝난게 아니다. 블랙리스트의 책임자 처벌은 물론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탄핵이 된다고 해서 다 끝난게 아니다. 블랙리스트의 책임자 처벌은 없고, 진상규명이 안됐다. 문체부는 셀프면책을 했다. 블랙텐트가 철거되더라도 문화예술인들은 긴밀하게 연대하고 고민하고 투쟁하겠다.”

지난 1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62일째 지켜온 이해성(48) 극장장(극작가 겸 극단 고래 대표)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박근혜 정부의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맞서 70여 명의 예술가·해고노동자·시민이 모여 함께 설치한 대형 천막극장이다. 이 극장장은 “관객이 극장을 빠져나간 뒤 홀로 차가운 텐트 안에 누워있으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졌다. 그래서 캠핑촌에서 ‘기각’이란 단어는 금지어로 절대 발설하지 않았다. 상상조차 않았다”고 회상했다.

10일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블랙텐트도 긴 이정표의 끝을 맺게 됐다. 이해성 극장장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 결정에 대해 “캠핑촌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며 광장 블랙텐트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앞으로 해야할 일에 무게감을 느낀다”면서 “당연하게 이뤄져야 할 일들을 안감힘으로 이뤄야 하는 한국의 갈 길은 아직 멀다. 블랙텐트는 오늘로서 문을 닫는다. 더이상 공연은 없다. 다음 주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8일 기자와 만난 이 극장장은 “광장에서 작년 11월4일부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문화예술인과 해고·비정규 노동자 등 60동의 캠핑촌은 엄청난 피로감에 쌓여 있다”며 “얼른 일상으로 복귀해 극단 대표이자 작가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블랙텐트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취지를 살려서 탄핵 이후를 이어나가는 몫도 내 일이 아닌가 싶더라. 복합적인 생각에 잠겨 있다 보면 밤잠을 설친다. 또 그렇게 추위와 다투다 보면 광장에 새벽이 온다”며 웃었다.

이해성 블랙텐트 극장장 겸 극단 고래 대표(사진=노진환기자).
△광화문 숙식투쟁 3개월…민심 수용할만한 정치인 부재 아쉬워

그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광화문 캠핑촌에서 숙식투쟁을 시작한 지도 지난해 12월 7일부터 96일째. 아픈 방혜영 연출가를 대신해 10일 동안 연극인 텐트를 지킨다는 것이 마지막 탄핵 선고일 촛불 종착역까지 끌어온 셈이다. 이날이면 광장에 블랙텐트를 세운 지도 딱 2개월이다.

이 극장장의 하루는 곧 광장의 하루다. “새벽 5시30분이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 눈이 저절로 뜨인다. 광화문 지하철도 이때쯤 문을 연다. 역내 화장실에서 간단한 세수는 하는데 머리는 못 감겠더라. 삼일째가 되면 도저히 못 참겠어서 일주일 중 수요일과 토요일 2번 집에 들러 감고 나온다. 하하.”

그럼에도 그가 광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국정농단사태를 규탄하며 지난해 10월29일 시작된 촛불의 광장 얘기를 꺼냈다. 그는 “처음에 광장에 나왔을 때 경의로웠다. 이명박정권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현장에 있었지만 심한 좌절과 회의감에 젖었다. 당시 공권력에 가로막혔다면 이번은 달랐다. 촛불민심이 저변에서 계속 살아나더라. 뜨거운 횃불 이상의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대한 민심을 끌어 안을만한 정치인·제도적 장치에 대한 부재는 아쉬워했다. 이 극장장은 “민심을 끌어안을 정치적 제도나 그들을 수용할만한 정치인은 없는 거 같더라. 민심이 앞서 간다는 느낌이다. 탄핵이라도 이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극장 운영은 시민과 문화예술인의 힘…관객반응 남달라

블랙텐트는 시민 후원금과 현장 모금, 후불제 표 값으로 운영 중이다. 그는 “극장을 열면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관심을 둘까? 극장을 찾아줄까? 생각했다”면서 “사실 관객 반응만 보면 대박 난 극장이다. 무대까지 침범, 서서 보면 160명 관객 수용이 가능한데 돌아간 관객이 여러 번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 극장장은 “일반 극장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광장이 갖는 장소성에 있다. 도심을 가르며 달리는 차 소음, 추위에 노출돼 산만하고 열악한 환경에도 배우와 관객 간 서로 접점을 높이려 애쓴다. 배우도 본능적으로 뜨겁게 다가서고, 관객도 집중하려 애쓴다. 표면온도가 확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독단적 의견은 없다. 부딪히고 토론하고 합의에 도달한 작품들이 9일을 끝으로 무대에 올랐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주말을 피해 평일 저녁 위안부·세월호 참사·노동자 등 그간 정부와 국·공립극장들이 배제 혹은 외면했던 이야기와 빼앗긴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공연을 이어왔다.

좀더 많은 예술인 단체를 끌어안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공연하고 싶다는 단체 문의가 많았는데 다 못받아 준게 아쉽다. 수익이나 이해득실이 아니라 역사적 공간에 머물고 싶다는 그들의 열정을 알기 때문이다.”

불법 시설물로 분리된 광장 캠핑촌에 대한 총 예상 벌금액은 3000여만원 정도. “다행히 시민들이 많이 도와줘 극장 운영비 대비 적자는 아니고 어느 정도 남을 것 같다. 인용되면 텐트 철거에는 10~15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은 운영위와 토론을 거쳐 공개적으로 어떻게 쓰여질지 알릴 계획이다.

△‘탄핵’ 이후 연극에 대해 생각한다

탄핵 이후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을 거쳐야 하고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극장장은 “블랙텐트는 극장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는 과정의 장이었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꽤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현실이 아닌 관념적으로 알고 있던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극작가로서 극단 대표로서 내 연극의 결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공공극장의 변화에 앞서 “순서상 연극인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도 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예술이 갖는 비효율적 수익성 때문에 공적지원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떻게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가의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동시대적, 미학적이든 이런 가치들이 파생될 때 공공극장이 그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극장장은 “자발적 문화생태계 블랙텐트는 역사 한 페이지의 상징적 공간이다. 끝나는 마당에 극장 현판을 다시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차후에 대체할 공간이 생기거나, 블랙텐트와 같은 운동을 시작하는 단체가 있다면 마땅히 전달하겠다”며 “블랙텐트를 어떻게 할지는 운영위를 비롯한 시민과의 대토론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극장장(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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