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버블’(거품)이 붕괴한 일본을 그대로 따라갈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는 구매의 대상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 여름 부동산부에 발령을 받고 첫 출근을 앞둔 새벽에 우연히 본 한 경제 전문 케이블TV가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화면 안에선 강사로 나온 어느 유명증권사 대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부동산 필패론을 역설하고 있었다.
당시는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집값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주택시장의 침체가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다음날부터 기자는 2년 가까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극심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시작되는 기사를 줄기차게 써내려갔다. 그 시기 소위 경제전문가를 자청한 수많은 이들이 각종 언론 매체에서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집값은 반드시 떨어진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서민들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치솟는 전셋값을 대출로 감당하며 ‘남의 집’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그러나 2014년부터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며 주택시장은 서서히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주택 거래량 달성과 함께 집값도 껑충 뛰어올랐다.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을 할 기회를 잃었고, 싼 집을 찾아 서울을 떠나 수도권으로 밀려났다.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이후 30년 가까이 철옹성이던 서울의 1000만 인구도 무너져 내렸다. 지금은 “그때 집을 샀어야 했는데…”라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미래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라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단정하기보다는 대중이 다양한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충분한 사례와 근거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 집값 대세 하락의 근거는 늘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저성장, 고령화에 따른 주택 구매 수요 감소 등이었다. 이 조건과 딱 들어맞는 일본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부동산 버블론’은 완성됐다.
그러나 이들 3가지 문제를 똑같이 갖고 있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같은 시기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언급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람들은 ‘남의 집’이 아닌 ‘내 집’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성급한 일반화로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기회조차 빼앗아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