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 주식시장이 더 나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상황을 감안하면 주식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 박종학 베어링운용 한국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전무)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낙관적인 증시 전망을 내놓았다.
◇“韓 증시 밸류 매력적…올해 코스피 고점 작년보다 높을 듯”
글로벌 증시는 지난주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 악재들로 인해 지수는 힘없이 아래로 밀려났고, 설 연휴가 끝난 한국 증시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코스닥시장은 역대 일곱번째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하지만 베어링운용은 한국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높아진 밸류에이션 매력은 한국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박 전무는 “올해 기업 이익이 작년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현재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코스피200 종목 중 90여개 종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크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무는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기업 실적이 지금보다 더 개선돼야한다”며 “기업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더라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상황에서 수급까지 더해진다면 올해 코스피 고점은 작년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피 상승을 위해서는 수급, 특히 외국인 동향이 중요하다고 봤다. 박 전무는 “작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언제 올리느냐 얘기가 많았을 때부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됐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고 있고 향후 기준금리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중국 불확실성이 정리되고 나면 외국인 자금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하락한 배당주 주목”
베어링운용이 한국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품은 배당주펀드다.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로는 이번달 들어서만 2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됐던 것을 놓고 볼 때 선방한 셈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박 전무는 최근 시장에서 배당주펀드가 유망한 투자처임을 강조했다. 박 전무는 “저성장 국면에서 배당주는 포트폴리오 안에 담아야한다”며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하락한 주가는 박 전무에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주가가 빠지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종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종목의 경우는 배당수익률이 7%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박 전무는 “펀더멘털상의 큰 이슈가 없는데 지수가 하락하면서 주가가 많이 빠져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종목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현금 손실이 계속 생기는 펀더멘털 이슈가 있는 종목은 과감하게 제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이어졌던 중소형주 돌풍 지속보다는 대형주 강세를 전망했다. 중소형주 중 일부 종목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전무는 “우호적인 환율 등 작년과 비교할 때 수출주에 대한 투자여건이 나쁘지 않다”며 “환율 혜택을 볼 수 있는 대형 가치주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역발상적인 투자를 고려해야할 시점”이라며 “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는 향후 2~3년을 고려해 주식형펀드와 배당주, 멀티에셋 전략을 적절하게 분산해서 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