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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연기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잔뜩 풍겼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초반 반짝 상승세을 보인 뉴욕 증시는 갈수록 힘을 잃었다. 시장은 ‘이 정도론 어림없다’는 대답을 보낸 셈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보다 99.64포인트(0.62%) 하락한 1만5914.74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1851.86로, 0.35포인트(0.02%) 내렸다. 나스닥 지수만 14.83포인트(0.35%) 소폭 상승한 4,283.59에 장을 마쳤다.
◇ “정해진 통화정책 없다”..옐런, 금리인상 지연 시사
이날 옐런 의장은 국회 하원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국내외 금융 환경이 (미국 경제의) 성장에 덜 우호적으로 (less supportive)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가 하락세와 달러화 강세, 저신용 기업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 확대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경제활동과 고용시장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옐런 의장이 지목한 건 중국이다.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해 “하방 위험(downside risks)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해외경제의 전개양상이 미국의 경제성장에 특히나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이런 중국의 하방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수출은 더 약해지고 금융시장을 더욱 옥죌 수 있다”고 했다.
옐런 의장은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에 대한 전망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옐런 의장의 발언은 기존의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 1월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자신감의 상징과 같았던 “경제와 고용시장 전망에 미치는 위험은 전반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여기다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의 위험요소에 대한 더 구체적인 발언을 보탠 셈이다.
물론 옐런 의장은 금리 방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통화정책은 결코 미리 정해진 경로를 밝지 않는다(Monetary policy is by no means on a preset course)”라고 했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연준이 생각한 금리인상 계획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은 9년 반 만에 금리 인상을 선언하면서 당시 공개된 점도표에 올해 4번 금리를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 기본 전망은 유지..‘당장 되돌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의 발언이 시장의 불안감을 되돌리기에 충분했던 건 아니다.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 5일 발표된 1월 실업률이 8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임금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을만한 근거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은 “FOMC는 여전히 미국의 경제환경이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전개돼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존의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기존의 입장이 아직 바꾼 건 아니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위험 요인은 생겼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생각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조나단 라이트 교수는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을 지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충분히 바꿨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