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공급한 행복주택의 사회초년생 입주 자격은 이랬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층에게 전체 가구의 80%를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라고 하면 보통 저소득층이 사는 주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행복주택 입주자의 소득 상한선은 어지간한 대기업 신입사원도 충족할 정도로 높았다.
이는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입주 자격을 정했기 때문이다. 행복주택에 입주하려는 사회초년생은 소득이 지난해 도시 근로자 가구(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의 80% 이하여야 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떼기 전 소득이 월 378만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
이뿐 아니다. 정부가 공급하는 모든 공공임대주택은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입주 자격을 가린다. 예컨대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대학생은 부모와 합친 소득이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 맞벌이 신혼부부는 120% 이하여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영구임대주택은 50% 이하, 국민임대는 70% 이하가 기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평균값과 연동한 통계 수치를 사용할 경우 재정 지원의 적합성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지원 대상이 얼마나 잘 살고 못 사는 계층에 속하는지 정확히 가려낼 길이 없다. 중위소득(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이 기준이 아니라서다. 이에 따라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혜택을 제공해야 맞는지도 헤아리기가 곤란하다.
이 평균 소득이 공공임대 입주 대상인 서민의 실질 소득보다 높을 가능성도 크다. 도시 근로자 가구는 가구주가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임금 근로자인 가구를 뜻한다. 이 보다 소득이 훨씬 낮은 근로자 외 가구나 1인 가구는 제외된다. 또 이 통계 수치는 전국 약 8700개 표본 가구를 조사해 산출하는 것이므로 부유층 소득이 높다면 평균값이 중간 집단 소득보다 높게 잡힐 여지도 있다. 이는 결국 공공임대주택 입주 문턱을 낮춰 소득이 많은 사람까지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주거 복지 정책 간 혼선도 발생한다. 올해 7월부터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주거비 보조금인 ‘주거급여’의 경우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정한 중위소득을 바탕으로 지원 대상을 가린다. 복지 프로그램별로 소득 기준이 제각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세청 과세 자료 등을 활용해 정부가 국민 소득을 제대로 파악한 후 일관성 있는 복지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미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의 소득 범주가 넓은 만큼 소득 수준별로 임대료를 차등화해 정부 재정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본질적으로는 공신력 있는 소득 통계 기반을 갖추고 누구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적합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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