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세계적인 일본작가 무라카미의 올림픽 관전기와 시드니 여행기다. 달리기 마니아로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으로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를 전하고, 낯선 도시 시드니의 매력을 소설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전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시드니 일지’에 앞선 두 편의 ‘맛보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일인칭과 삼인칭을 넘나드는 뉴저널리즘 기법으로 전개했는데, 작가의 시선은 마라톤코스를 달리는 선수의 시선과 오버랩되기도, 다시 관찰자의 시선으로 분리되기도 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유머감각도 빠뜨릴 수 없다. 코알라 번식센터를 방문해 “코알라에게 포르노라도 보여줘 욕정을 느끼게 하는 거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개막식에 말이 대거 등장했는데 긴 행사가 끝나도록 한 마리도 똥을 싸지 않았다”는 인상적인 관전기를 남기기도 한다.
한국 관련 내용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드니올림픽 공식후원사인 삼성의 휴대폰 이야기, 남북한 개막식 동시입장을 본 뒤의 인터뷰, 메달이 결정된 한국경기 리포트 등에선 또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