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23일 07시 5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미국 경제회복의 약한 두 고리는 주택경기와 고용시장이었다. 간밤 발표된 작년 12월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도 전년동월대비 2.4% 떨어져 지난 2009년말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사실 이같은 주택경기 부진은 이달 들어 나온 몇몇 주택관련 지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1월 주택착공은 전월대비 15% 증가한 연율 59만6000채로 작년 9월 이후 최고치였고 월가 전망치를 6만채 가까이 웃돌았지만 선행지표격인 착공허가는 10% 감소한 56만2000채에 그쳤다. 주간 모기지신청건수도 2주 연속으로 줄었다.
사실 기존주택 판매는 미국 4개주의 기존주택 판매량을 집계한 통계인 만큼 잠정주택 판매나 주택착공 등 여타 지표들 가운데 가장 후행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만큼 최종적인 경기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주택 착공과 직접 관련되는 신규주택 판매가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주택 매매시장에서 전체 80%나 차지하는 게 기존주택이고, 이런 기존주택 판매는 경제활동을 간접적으로 자극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흔히 기존주택을 팔아 양도차익을 얻어 더 큰 집을 구매하게 되고 이사한 뒤에 가구나 가전제품을 산다. 부동산 회사에도 커미션 소득을 주게 되고 이삿짐센터나 모기지 은행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특히 이들 기존주택 판매 재고가 소진돼야 신규주택 판매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런 점에서 기존주택 판매량과 함께 공개되는 주택 재고량을 동시에 살펴보는 게 유용하다.
작년 중반쯤 기존주택 판매가 많이 늘어났을 때에도 일각에서는 주택경기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실상은 경매나 차압 등으로 주택 공급량 자체가 늘어나 주택 재고가 늘고 이것이 판매량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즉, 기존주택 판매대비 재고비율이 언제쯤 신규 주택공급이 이뤄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2월 기존 주택재고는 4.2% 줄어든 356만채를 보였다. 감소폭 자체가 다소 줄긴 했지만 주택재고가 꾸준히 줄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대목이다.
1월 기존주택 판매는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으로 525만채로 작년 12월의 528만채에서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일단 기존주택 판매는 지난해 4월 주택구입 세금 크레딧 종료 이후에 급격하게 감소하다가 회복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 579만채까지 올라갔다가 7월에 384만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이후 추세적으로 증가세를 타고 있다. 7월부터 12월까지 40% 가까이 증가했으니 이번에 다소 감소한 것은 조정으로 볼 수도 있다.
잠정주택 판매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5.2%나 증가한 것이 시차를 두고 기존주택 판매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잠정주택 판매는 통상 1~2개월 이후에 기존주택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1월중 신규모기지 청구건수가 7.4% 줄었다는 점은 기대치를 다소 낮추는 대목이다. 2월 들어서도 첫주에 전주대비 9.5%나 급감했다. 1월 기상 악화로 주택 구매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대목은 모기지 금리가 재차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 판매나 모기지 신청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30년만기 기준 5.13%로 작년 4월19일 이후 거의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타이트한 모기지 신용이 풀려야만 주택경기 회복을 논할 수 있다. 수요가 살아나야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차압이 사그러들면서 과도한 재고를 해소할 수 있다.
이밖에 오늘 밤에는 모기지은행가협회(MBA)의 주간 모기지 청구건수와 ICSC-골드만삭스 체인스토어 판매지수, 존슨-레드북 주간 소매판매 지수 등이 함께 발표된다. 이중 최근 2주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온 주간 모기지 청구건수가 추가로 줄어들지, 반등할지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