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무교동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장모(39)씨. 2년전 광화문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사한 뒤 그는 매일 아침 걸어서 출근한다. 장씨는 “송파에 살 때는 출근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이젠 생활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서울 도심 주상복합 아파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년간 강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청계천 복원과 강북 개발론에 힘입어 곳곳에서 신규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7월부터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이 시행되면 강북에도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이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조망권·편익시설’ 장점
◆광화문 직장인·노년층에게 인기=도심에 주상복합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전. 지난 2003년말 종로 내수동에 파크팰리스가 입주한 이후 ‘경희궁의아침’, ‘용비어천가’, ‘서머셋팰리스’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광화문 일대가 신흥 주상복합 타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들 주상복합은 편리한 교통, 우수한 조망권, 풍부한 편익시설 등 3박자를 갖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4년 입주한 경희궁의아침(360가구)은 평당 1100만원대에 분양됐지만, 현재 시세는 평당 2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4억7800만원에 분양된 44평형이 9억원을 넘는다. 내수동 일성부동산 관계자는 “입주자의 절반은 광화문 일대에 직장이 있는 30~40대”라며 “다양한 문화·여가·의료시설에 매력을 느껴 입주하는 노년층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도심에는 각종 미술관과 공연장, 극장, 고궁 등이 밀집해 있어 풍요로운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다. 주상복합의 핵심인 조망권도 뛰어나다. 대부분 단지에서 북한산이나 남산·경복궁·경희궁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고층 고급 주상복합 개발 ‘봇물’=광화문에만 집중됐던 주상복합 개발 지역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청계천 주변, 을지로, 충무로, 남산 등에서 10여개 프로젝트가 새로 추진되고 있다. 내년까지 분양될 도심 주상복합만 5400여 가구에 달한다. 대부분 40평대 이상 중대형이며, 30층 이상 고층으로 짓는다. 남산 자락에는 우선 GS건설이 이달 말 충무로4가 중구청 인근에서 31~62평형 273가구를 공급한다. 쌍용건설은 회현동 남산 3호터널 인근에서 52평형 이상 대형으로만 236가구를 선보인다. 우리은행 본점 뒤편에는 군인공제회가 386가구를, SK건설도 회현동에서 233가구를 각각 분양할 계획이다.
청계천변에는 롯데건설이 황학동에서 1870가구를, 금호건설이 장교빌딩 인근에서 70~100평대 70가구를 각각 분양 준비 중이다. 대림산업은 세운상가4지구를 재개발해 40평대 이상으로 75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최근 나오는 주상복합은 남산이나 청계천처럼 입지 여건이 좋고, 임대 위주의 소형보다는 대형이 많아 고급 주택으로 차별화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관리비 비싸고 교육환경·공해문제도
◆40평대가 10억 넘어…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을=도심 주상복합은 땅값이 비싼 탓에 분양가도 만만치 않다. 현재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는 대부분 평당 2000만원대 안팎이다. 40평대 기준으로 10억원을 넘는 금액이다. 6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 제한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투자자보다 실수요자만 분양받는 게 안전하다. 주상복합은 관리비도 일반아파트의 1.5~2배 수준이다. 30~40평대 기준으로 월 평균 60만~70만원은 나온다. 강남에 비하면 교육 여건도 다소 떨어진다. 정부가 강북 도심에도 자립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 등을 유치할 계획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심 한복판이라 공해와 소음 문제도 단점으로 지적된다.